이재명의 '3중고', 친노적자 경쟁 틈에 고군분투

약한 조직에 토론의 장 없어 고독한 싸움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권문세도가 자제들과 6두품의 싸움이에요. 세상은 6두품이 바꿨지만 실제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을 돕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푸념을 섞어 한 비유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세론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 급등 속에 이재명 시장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촛불 민심으로 단숨에 10% 중반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 시장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일주일새 안 지사에게 2위 자리를 뺏겼다. 이 시장이 처한 당안팎의 상황도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자료사진)
◇ 안희정의 우클릭에 문재인의 꽃놀이패, 판 자체가 불리

우선, 이념적으로 안희정 지사가 대연정과 보수적 안보론으로 우클릭하면서 진보 진영에 선명하게 서 있는 이 시장에게는 다소 불리한 구도가 되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사이에 문재인 전 대표가 중간 지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대연정'에서 안 지사와 각을 세우면 오히려 본인이 부각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문 전 대표를 도와주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현재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는 꽃놀이패이다. 이념적인 구도상 문 전 대표가 반사이득을 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촛불 민심의 초점이 '분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지지율이 빠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2월, 1월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면 2월은 안희정의 시간이다. 국면 자체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 시장의 개인적인 역량과는 상관없이 판 자체가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약한 당내 조직

이 시장을 '6두품'에 비유할 정도로 조직이나 당내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도 경선 국면에서 어려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지, 확장된 문 전 대표의 조직과 충남도지사로서 홈그라운드가 탄탄한 안 지사의 조직에 비해 이 시장은 세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손가락 혁명군'이라는 정체성이 확실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이다. 현재 정성호 의원과 초선의 김영진, 제윤경 의원만이 이 시장을 돕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아무래도 노무현 세력을 대표하는 두분은 당내에서 기본적인 자산을 많이 가지고 출발한 반면, 우리는 조직 등을 처음부터 시작해 쌓아가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 토론의 장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본인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토론의 장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서둘러 후보들끼리의 정책과 비전을 비교하는 장이 마련되기를 소원하고 있지만 당에서 소극적인 상황이다.

오는 12일 민주당 전국광역의원협의회 주최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예비주자 합동 정책 토론회'가 무산된 것이 그 예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잇따라 불참을 통보하면서 토론회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3중고를 겪고 있지만 이 시장은 본인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면서 경선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열린 촛불 집회에서도 대선주자 중 이 시장이 유일하게 참석했으며, 7일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2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이번 대선의 근원적인 동력은 촛불 민심"이라며 "국정농단 세력이 규합하고 있고, 탄핵이 연기되거나 기각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결국 촛불 민심을 누가 잘 반영하느냐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해서는 단순한 견해차가 아닌 야권의 연합정부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로 보고 각을 세울 예정이다.

김영진 의원은 "이 시장은 기존에 자신이 있는 정치인들과 달리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가장 잘 구현해내는 언어를 구사한다. 따라서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고 임할 것"이라며 "특히 대연정은 야권의 정체성을 흔들고 호남 소외론을 부추길 수 있는 인화성이 큰 사안인 만큼 제대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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