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접종 '엉터리 조사'…전체 농가의 10%만 항체 검사

정부는 소 항체형성률이 97.5%라고 밝혔지만 정읍 한우농장은 5%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지난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소와 돼지에 대한 백신정책을 도입했다. 백신을 접종해서 구제역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백신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률 조사가 전체 농가의 10%를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관리감독이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 소 항체형성률 조사, 전체 사육마릿수의 0.3%25 대상…신뢰도 의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20%, 전북 정읍 한우농장은 5%로 매우 낮았다고 7일 밝혔다.

위성환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진단과장은 "구제역 백신은 냉장 상태로 보관하다가 접종 직전에 실온(18도 내외)에서 녹여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들 두 농장은 냉장상태의 백신을 그대로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위 과장은 "냉장상태로 접종하면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 이들 두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항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저조한 형성률이 나타났을 뿐이지 우리나라 전체 소 사육 농가에 대한 백신접종 실태와 항체 형성률 조사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항체 형성률 조사는 전체 소 사육농가의 10%를 표본 추출한 뒤, 해당 농가당 1마리의 소를 선정해서 채혈조사한다.

국내 한우와 젖소 사육농가 9만8천개 농장을 기준으로 하면, 이 가운데 10%인 9천800개 농장을 대상으로 9천800마리에 대해서만 1년에 한번씩 표본조사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한우와 젖소 사육 농장의 90%는 설령 백신접종을 했다고 해도 항체가 형성됐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 한우와 젖소 사육마릿수 330만 마리를 감안하면, 이 중 0.3%인 9천800마리를 바탕으로 국내 전체의 항체 형성률이 통계로 잡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소의 항체 형성률은 97.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형성률 20%와 정읍 한우농장의 5%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OIE(세계동물보건기구) 기준에 따라서 표본설계를 하고 있지만, 표본오차가 충분히 존재한다"며 항체형성률 조사의 한계점을 인정했다.

김 실장은 다만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표본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해의 경우 당초 목표 보다 3배 정도 많은 2만8천마리의 한우와 젖소를 대상으로 항체검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 구제역 매몰 현장 (사진=자료사진)
◇ 지방자치단체 항체 형성률 조사…농장 수 줄이고 마릿수 늘리는 편법

문제는 이 같은 항체 표본조사 대상 선정뿐만 아니라, 한우와 젖소에 대한 실제 항체검사가 사육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위 과장은 "젖소는 (각종 오염 등의 문제로) 농장에 직접 들어가서 채혈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우 중심으로 항체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우의 경우도 출하된 소를 대상으로 도축장에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소에 대한 항체검사는 농식품부가 시도별 사육마릿수에 따라 검사물량을 배정해 주면, 시도 자치단체가 알아서 검사하는 체계다.

이에 대해 위 과장은 "자치단체들이 검사 물량을 맞추기 위해 농가수는 줄이고 마릿수를 늘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는 50마리 이상 중대규모 농장의 경우 자체 백신접종하고, 50마리 이하 영세농가는 공수의를 동원해서 접종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50마리 이상 대규모 농장의 경우 실제로 백신접종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경우 195마리를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으로 그동안 정부의 표본조사 대상에 단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정읍의 한우농장도 사육마릿수는 49마리지만 50마리 이상 농장에 포함돼 자체 백신접종을 했으나 지난 2015년 한 차례 표본대상에 포함됐을 뿐 정부로부터 별도의 항체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그동안 구제역이 돼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돼지를 중심으로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 게 사실"이라며 "내일(8일)부터 전국 모든 한우와 젖소에 대해 백신 일제접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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