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공판에 출석한 옛 측근들은 잔뜩 움츠리며 한목소리를 냈다. 조성민 더블루K 전 대표는 "두려웠다. 이용당하지 않도록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퇴사 이유를 밝혔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그는 관둔 경위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최 회장이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당히 모멸감을 주고 사람 취급을 안 하는 스타일이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는 처음 업무제안서와 회사소개자료서를 만들었는데 다음 주에 교문수석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 이후에는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그다음 날 김종 차관도 만나게 됐다. 권력형 비리를 의심했고 내가 대표이사기 때문에 이용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민간대표에게 지원을 약속하는 행동이 이해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잘 안되는 부분이고 두려움을 가졌던 부분"이라며 "교문수석, 경제수석, 현직 차관까지 만나면서 최순실의 파워가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생각했고 나중엔 위험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조 전 대표는 안 전 경제수석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가 지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대표는 "안종범 수석의 전화를 받고 GKL(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해서 모르는 전화를 받아도 일 처리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후 안 수석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려다 두려움이 생겼다. 교문위 수석이면 괜찮았는데 안종범 경제수석은 그 이상의 파워로 연결되는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전날 증인으로 나온 고씨는 2014년 말 의상실을 그만둔 경위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제가 모르는 부분에서 부적절한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만둔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고씨는 '위험하다는 느낌'이 어떤 의미인지 재차 묻자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장관이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가 비었으니 추천해달라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또 예산 같은 걸 짜기 시작했는데 그 예산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봤을 때 겁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차은택과 최순실이 문화융성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제가 문화융성이라든지 이런 것을 전혀 알지 못하기에 일을 못 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면서 "제가 못하는 것을 하면서 욕먹을 필요도 없었다"고 의상실을 그만둔 다른 이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