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와 설기현, ‘슈틸리케호’ 합류의 진짜 의미는?

계속된 대표팀 코칭 스태프 교체에 '형님 리더십' 본격 수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두 번의 코칭스태프 변경을 통해 현재 대표팀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은 설기현 코치, 차두리 전력분석관의 합류를 결정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호’는 두 번의 위기에서 모두 ‘형님 리더십’을 선택했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대표팀에 진짜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일 설기현 코치의 축구대표팀 합류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2015년부터 성균관대를 이끄는 설 코치는 오는 3월 1일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종료까지 약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축구대표팀으로 파견되는 ‘임시직 코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경험 많은 외국인 수석코치를 찾았던 축구협회지만 최종 낙점된 두 명의 후보와 협상이 틀어지자 국내 지도자로 방향을 틀었고, ‘공격수 또는 미드필더 출신의 젊은 지도자’를 원한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설기현 코치를 불러들였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10월에도 이미 한 차례 있었다. 바로 차두리 전력분석관의 합류다. 현역 은퇴 후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던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사실상 코치의 역할을 하는 전력분석관으로 축구대표팀에 전격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제외한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가운데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차상광 코치는 각각 체력, 골키퍼라는 특수분야에 국한된 업무를 전담한다. 아르무아 코치의 경우 역할을 나눠 맡을 새로운 체력 전문가의 영입이 마무리된 상황이기도 하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의 합류 한 달 만에 사실상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던 신태용 코치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당장 ‘슈틸리케호’는 수석코치가 필요했고, 결국 설기현 코치가 새롭게 가세했다.


◇ 차두리와 설기현, 두 ‘형님’의 진짜 의미

한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경험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막내 세대에 속했던 둘은 아직 30대 중반으로 현재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친근하게 해결해줄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설기현 코치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통으로 현재 축구대표팀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리 대표팀 구성원의 경기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이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오랜 유럽 생활을 경험한 차두리와 설기현 두 명의 ‘형님’은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거침없는 직언도 나란히 예고했다. 항상 최상의 경기력을 원하는 슈틸리케 감독과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후배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완충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합류한 이후 축구대표팀은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분명 전보다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설기현 코치의 합류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것은 비단 수비수 출신 차두리, 공격수 출신 설기현이 가진 경험 전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결정한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를 앞두고 이들이 필요했던 이유는 아마도 ‘즐거운 대표팀’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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