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만 마리의 가금류가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 되고, 브루셀라가 집단 발병해 73마리의 소가 매몰된 데 이어 구제역까지 등장하면서 '청정지역'임을 자랑해왔던 축산농가와 당국이 허탈해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 등 관련 당국은 최악의 AI 사태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구제역 의심사례가 접수되자 추가 방역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신고가 구제역으로 확정 판정되면 2015년 3월 이후 충북 내 첫 구제역 발병 사례가 된다.
이 농장은 젖소 195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마리에서 침 흘림과 수포 발생 등 전형적인 구제역 증상이 나타났다.
충북도는 증상이 발견된 15마리를 우선 살처분한 데 이어 나머지 젖소도 살처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초동방역팀을 긴급 투입해 통제초소를 설치하는 한편,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내 우제류 사육농가 12곳에서 사육 중인 655마리를 대상으로 임상 관찰에 들어갔다.
반경 3㎞ 지역에는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충북도 방역 당국은 보은군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구제역 백신 추가 접종에 들어갔으며,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한 일제 소독에도 착수했다.
도내에 설치된 기존 AI 거점소독소 28곳을 구제역 겸용 소독소로 전환하고 소독소 3곳을 추가 설치했다.
도 방역 당국은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소 97%, 돼지 79% 정도인 것으로 보고 항체가 없는 가축에 대한 백신 접종에 주력하기로 했다.
도는 이번 의심 신고 사례가 구제역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가축전염병예방법과 구제역 방역 실시 요령 및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추가 조처를 할 계획이다.
도는 지난해 11월 음성에서 처음 발생, 39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AI가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소 브루셀라병에 이어 구제역 의심사례까지 발생하자 곤혹스러워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10일 옥천의 한우 농장 2곳에서는 출하를 앞둔 소가 브루셀라 의심 증세를 보여 조사한 결과, 73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방역 당국은 감염 소와 이들이 낳은 송아지 86마리를 살처분하고 나머지 소에 대해서는 이동제한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방역 당국은 AI로 가금류 농가가 초토화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터지면 축산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방역 작업을 벌여 왔다.
충북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5월까지 8개월 동안을 구제역과 AI 등 가축 질병 차단을 위한 특별방역 대책 추진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 작업을 해왔다.
도는 지난해 1∼3월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충남 지역의 이동제한 조처가 풀린 뒤에도 경기, 충남 일부 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항체가 검출된 점에 비춰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방역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그러나 일부 농가의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구제역 방역에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충북 6개 양돈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 결과, 30% 이하로 나타났다.
음성의 한 농장에서는 항체 형성률이 6.3%로 파악됐고, 이 지역의 다른 농장과 보은의 한 농장에서도 13%의 항체 형성률을 보였다.
천안과 안성에서 2개월 된 새끼돼지를 분양받은 진천 농장 2곳과 청주의 한 농장의 항체 형성률도 30%를 밑돌았다.
구제역은 지난해 1∼3월 전국에 걸쳐 돼지에서 모두 21건이 발생했으며, 3월 29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게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