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고궁까지 파고든 '포켓몬고' 열풍…고궁 입장객↑

궁내에 '포켓스톱' 밀집…"문화재 훼손·사고" 우려도

입춘을 맞아 날씨가 따뜻했던 4일 오후 덕수궁.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올리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정식 상륙한 포켓몬고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고궁에도 '포켓몬' 잡기 열풍이 불고 있다.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실제 지형지물에 숨어 있는 포켓몬을 잡는 것이 주된 목적.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템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포켓몬이 많이 나타나는 '포켓스톱'을 찾게 되는데, 고궁에는 많은 포켓스톱이 배치돼 있다.

온라인에는 이미 서울의 고궁과 조선왕릉 가운데 경복궁은 '탕구리', 덕수궁은 '뿔카노', 창경궁은 '에레브', 선정릉은 '루주라' 등 희귀한 캐릭터가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는 정보가 돌고 있다.

덕수궁에서 친구와 함께 포켓몬고를 즐기던 민경준(19) 군은 "한 달 간격으로 특정 캐릭터가 나오는 지역이 바뀐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뿔카노를 6∼7마리는 잡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복궁에서 만난 김모(18) 군도 "근정전 주변을 한 바퀴만 돌아도 포켓스톱 6개를 만날 수 있다"며 "좁은 공간에 이렇게 포켓스톱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고궁 관람객도 포켓몬고 서비스가 시작된 후 크게 늘었다. 지난달 1∼23일 경복궁의 일평균 입장객은 1만709명이었으나, 24∼31일은 1만4천668명으로 37% 증가했다. 덕수궁의 일평균 입장객도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23% 늘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1월 27∼30일이 설 연휴였고, 설날인 28일에 무료 관람을 시행해 1월 하순에 평균 관람객이 늘었을 것"이라면서도 "포켓몬고도 관람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포켓몬고로 인해 평소 무관심했던 문화재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박모(35) 씨는 "출근길에 포켓몬고를 자주 하는데, 집 주변에 있는 옥천암과 홍지문이 포켓스톱으로 정해져 있다"며 "해당 문화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검색해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해 빙판에서 미끄러지거나 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포켓몬고 때문에 문화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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