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데다 결선투표제까지 도입돼 승부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변이 탁월한 안 지사와 이 시장이 토론회를 통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대로 공략하고 비교우위를 입증할 수 있다면 판세 뒤집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당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각 후보 캠프간 조율과 TV방송사와의 협의 등을 거쳐 순회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상호토론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본 경선 실시 전 다양한 토론회와 간담회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횟수나 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은 지방 13곳을 순회하며 유세를 펼쳤고, 순회 경선 직전 7~8차례에 걸쳐 방송토론회를 열고 서로를 검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기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방 순회 경선이 4차례로 제한돼 상호토론회가 몇차례나 열릴 지는 미지수다.
당장 토론회 개최를 압박하는 쪽은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 캠프쪽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경선룰을 만들면서 후보 등록일은 정해놓았지만 등록기한을 지정하지 않아 문 전 대표측이 토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예비후보 등록을 늦추고 있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문 전 대표측이 정책토론과 자질 검증 기회를 최소화하면서 본격적인 링에는 최대한 늦게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후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상호토론을 할 때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차이를 비로소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올해 초부터 당 지도부에 토론회 개최에 대한 요구를 수차례 했지만 답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일부 TV방송사에서 하는 대담 형식의 토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후보 모두가 링에 올라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상호토론이 짧아진 대선 국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드배치 문제와 군복무 기간 단축 등 안보 관련 이슈는 물론 일자리 창출, 민생문제, 4차산업혁명 대응 등 후보들이 갖고 있는 국정철학과 비전을 서로 검증해 준비된 대통령이 누구인지 국민들로부터 판단받자는 것.
이재명 시장 역시 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해 후보등록 절차를 빨리 마치고 링에 올라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 기한을 정하지 않은 당 지도부를 향해 "대다수 인사들이 친문으로 구성돼 있다. '박근혜 방지 경선법'이 필요하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본선에서 투표일 전까지 박 대통령이 TV토론회에 단 3차례만 나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농단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상호토론 필요성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토론이든 정책이든 언제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반박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토론이라면 문 전 대표가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라며 "싱크탱크를 통해 쏟아내는 정책의 양이나 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발끈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은 오히려 선명성 경쟁만 부추키는 게 아니냐"며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조기 대선이 확정됐을 때 등록하려고 했을 뿐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다른 캠프의 문제제기를 감안한 듯 원래의 계획을 접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2월 중순쯤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상호토론이 펼쳐지면 초반에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유리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문 전 대표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촛불집회 때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등했던 이 시장이 초반 선명성을 앞세워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지만 문 전 대표가 각종 정책에 대해 차분하게 공박하기 시작하면 볼 만한 토론회가 될 것"이라며 "누가 승자가 될 지는 뚜껑을 열기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