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홍보를 피하라"? '블랙 팬서'를 위한 조언

영진위 관계자 "'어벤져스2' 경제 효과 부풀려진 측면 있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마블 영화 '블랙 팬서'가 다시 한국을 촬영지로 찾아 온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가 서울이라면 이번에는 부산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신통치 않게 끝났던 '어벤져스2'의 서울 로케이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 촬영 사실을 알리면서 4천억 원의 관광홍보효과와 2조 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발생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당시 외국 영화의 국내 유치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어벤져스2'가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작비 130억 원의 20%에 달하는 26억 원을 지원했다.

기대감은 곧바로 '어벤져스2'를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나타났다. 영화는 역대 최고 예매율을 경신하며 1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역대 박스오피스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 성적과 '서울'의 표현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전쟁 위험 국가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발전된 과학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9분이라는 분량이 너무 짧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로 "서울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는 관람평을 내놨고, 경제 효과를 검증하는 언론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락영화에 등장하는 격투라든지 액션, 또 파괴되는 그런 공간 장면들에 대한 선호성이 높아져서 관광과 소비진작 효과로 이어졌다라는 식의 접근은 비약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일단 해당 건물들이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어야 강화 효과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영화 한 장면이나 대박영화를 통해서 이미지가 쇄신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다"라면서 "'어벤져스2'에 서울이 나왔다고 해서 서울시가 좋아진다, 이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은 창피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블랙 팬서'의 로케이션은 오는 3월 말부터 4월 초, 약 2주 간 진행 될 예정이다. 주요 장소는 부산시의 랜드마크인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마린시티, 자갈치 시장일대, 사직동 일대 등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지원 금액이나 협약 내용은 2월 중순 정도에 결정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랙 팬서'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고,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과대 홍보가 자제돼야 한다고 전망한다.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영진위 관계자는 "'어벤져스2' 같은 경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국내 로케이션 촬영이 처음이라 전방위적으로 유치하려다 (홍보가) 요란스러워졌다"며 "경제적 효과나 이런 부분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게 부풀려진 지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효과들이 어떻게 단기간에 일어나겠느냐. 사실 관광이나 고용 등의 경제적 효과보다는 '어벤져스2' 이후에 캐나다, 호주, 미국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계속해서 한국 로케이션을 오고 싶어하는 효과가 더 크다"면서 "이전까지 해외 영화 제작사들에 한국은 위험한 분단 국가로 인식돼 있었는데 사실 상당히 안정적이고 영화 제작 시스템이 괜찮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실질적인 순기능을 이야기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어벤져스2'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를 정부의 부적절한 홍보 탓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인 '어벤져스2'에 거는 기대를 '경제적 가치'로 치환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하 평론가는 "지원 제도만 건조하게 적용했다면 별다른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 정부가 나서서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 문제"라며 "이명박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모든 이슈를 경제적 가치로 치환해 덮어버리는 관습이 '어벤져스2'까지 적용이 됐다. 현재 '블랙 팬서'는 그런 호들갑이 없는 상황이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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