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탈당 대신 '안희정 킹메이커' 신중 검토

측근들 "잔류해 안희정 도와라" 조언…뮌헨 귀국 후 결단할 듯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로 제3지대 인물들 중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내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민주당 경선에서 적극 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전날까지도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세력화를 시도했다. 이는 김 전 대표의 구상과도 맞닿아 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갑작스럽게 퇴장하면서 이른바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론'도 동력을 잃게 돼 탈당 가능성은 좀 더 낮아졌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탈당은 최후의 순간에 논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여러가지 선택지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현재 단계에서 얘기할 것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기에 일부 의원들과 참모들은 탈당 대신 당에 잔류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적극 지원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탈당하기보다는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를 적극 도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또다른 중진 의원은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와 '팀플레이', 즉 전략적 연대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싸울 마음이 있는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며 "그런 것이 분명해지고 당내 패권주의 등을 언급하며 문재인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 김 전 대표와 비문(非文)의원들이 도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근 김 전 대표는 안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제대로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고, 안 지사도 이에 적극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사드 배치 찬성 등 '안보는 보수'를 내세우는가 하면, 대연정을 제안하며 정책적·정치적 측면에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힘을 쓰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 결선투표가 도입된 만큼 이재명 성남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을 결합하는 연대를 구축하는데 김 전 대표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주변 의원들의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며 우상호 원내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또다른 가능성은 김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표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 상황도 면밀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의장이 국민의당으로 합류하면서 제3지대가 확대, 재편되는 양상을 지켜보고 추후 행보를 정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저녁 손 의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5∼17일 뮌헨 안보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하는 김 전 대표는 국내외 상황을 지켜본 뒤에 자신의 행보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제3지대를 키우는 대신 '안희정 킹메이커'로서의 역할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경선과 대선판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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