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인 정책에 유학·여행업계 '술렁'

OPT 폐지·H-1B 축소 우려에 유학원 문의 빗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인 입국과 체류 문턱을 큰 폭으로 높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유학·여행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2일 서울 시내 여러 유학원에 따르면 "미국 유학을 계획대로 추진해도 되느냐", "미국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다른 나라 취업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냐" 등 문의가 최근 유학원에 빗발치는 상황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그간 한국 학생들은 '학생비자 발급→학위 취득→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로 인턴 경험→취업비자(H-1B) 발급 후 취업→회사를 스폰서로 영주권 취득' 코스를 목표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OPT란 학위를 취득한 유학생이 1년 동안 직업훈련이나 무급 인턴 기회를 제공받아 미국에 체류하도록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수학·공학·자연과학 등 이공계 학위가 있으면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비자가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 명령으로 시작된 국토안보부 프로그램이어서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수정 혹은 폐지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영주권 취득 과정의 핵심인 OPT와 H-1B 비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태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제 이들 두 종류의 비자 개선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 초안이 입안됐다.

국내 유학업계는 '설마' 했던 ▲ OPT 전면 폐지 ▲ 이공계 학위자 OPT 연장 신청 폐지 ▲ H-1B 쿼터제(연간 8만5천명으로 발급 제한) 축소 ▲ H-1B 발급 요건 강화 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내놓는다.

박근태 정상유학원 원장은 "트럼프가 대선 때부터 '이민 문호를 축소하고 자국민 일터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OPT 폐지나 H-1B 비자 쿼터제 축소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려 섞인 문의를 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미국 내에서 반대가 많고 워낙 시끄러운 상황이라 일단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유학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배일용 유명유학원 원장도 "OPT가 폐지되면 유학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면서 "뉴스를 보면서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하는 문의가 많지만, 학생들은 장기간 준비한 유학 계획을 트럼프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라면서 "문제가 닥쳐도 현지 변호사를 통해 대응할 수 있으니 일단 가겠다고들 한다"고 배 원장은 전했다.

여행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아직 직접 영향은 받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미국에 갈 때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적용받아 무비자로 사전입국심사만 받으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ESTA에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없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트럼프 부임 초기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슬람 쪽만 행정명령이 내려져 일단은 무관한 상황"이라며 "언제 무슨 변화가 있을지 몰라 계속 지켜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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