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남자부, 분명해진 ‘봄 배구’ 경계선

한 치 앞도 모를 정도로 치열했던 V-리그 남자부 중위권 싸움. 이제는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규리그 종료를 10경기 남긴 가운데 V-리그 남자부는 ‘영원한 우승 후보’ 대한항공(18승8패.승점53)이 사실상 ‘1강’ 체제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무서운 돌풍을 시즌 초부터 지속해온 우리카드(15승11패)가 가파른 상승세로 현대캐피탈(16승10패.이상 승점47)과 2위 싸움에 나섰고, 그 사이 한국전력(17승9패.승점44)은 잠시 주춤하며 삼성화재(12승14패.승점40)와 ‘봄 배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는 상황이 됐다.

그 사이 지난 두 시즌 연속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던 OK저축은행(4승22패.승점13)은 가장 먼저 ‘봄 배구’가 좌절됐고, 치열한 상위권 싸움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KB손해보험(9승17패.승점29)도 서서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가운데 2-3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챔피언결정전의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을 가린다. 물론, 정규리그 36경기를 모두 치른 상황에서 3위와 4위가 승점 3점 이내일 경우는 3-4위의 준플레이오프도 치른다.

올 시즌 삼성화재는 2005년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한숨 돌린 한국전력은 삼성화재의 위기다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뛰어넘은 한국전력은 4라운드에 2승4패로 주춤했다. 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던 4라운드다. 문제는 2승 모두 풀세트 끝에 거머쥔 탓에 6경기에서 추가한 승점은 고작 4점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5라운드 들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단 두 경기 만에 지난 4라운드 6경기에서 챙긴 승점을 가져왔다. 덕분에 5위 삼성화재의 격차는 4점까지 벌어졌다. 한국전력의 반등은 곧 삼성화재의 위기를 의미했다.

박철우가 시즌 도중 가세해 안정적인 전력이 완성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삼성화재는 여전히 위태롭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마저 최근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탓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을 잡고도 한국전력에 패한 삼성화재는 남은 4경기에서 올 시즌 상대전적 3승1패를 기록 중인 최하위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만만한 상대도 없다. 삼성화재는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 없이 시즌을 마칠 위기다.

지난 두 시즌간 V-리그 남자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당당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던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최하위를 사실상 확정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OK저축은행의 몰락과 힘 빠진 KB손해보험

OK저축은행의 부진은 거듭된 악재가 뼈아프다. 앞서 두 시즌 간 우승을 이끌었던 시몬을 대신할 쿠바 국가대표 공격수 롤란도 세페다가 합류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체됐고, 대체선수인 마르코 보이치마저 사실상의 기량 미달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결국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를 영입했지만 이 역시 결과가 신통치 않다.

흉작이었던 외국인 선수 ‘농사’뿐 아니라 국내 선수의 연이은 부상도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봄 배구’ 경쟁에서 가장 먼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된 김세진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내년을 대비해 일부 선수의 입대 등 변화가 있다. 영입은 그 다음”이라고 선수단 구성의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4라운드에 4승2패로 상승세를 타며 ‘봄 배구’를 향한 희망을 이어온 KB손해보험도 5라운드 들어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에 연패하며 희망이 잦아들었다. 산술적으로는 KB손해보험의 ‘봄 배구’ 희망은 여전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우드리스와 보조를 맞출 국내 공격수의 기복이 큰 탓에 올 시즌도 ‘봄 배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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