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김승기 감독은 최근 고민이 많았다. 바로 키퍼 사익스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미 한 차례 교체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그리고 최근 에릭 와이즈의 가승인을 신청하면서 사익스 교체를 다시 고민했다. 와이즈를 선택하려 했지만, 포인트가드 김기윤의 부상으로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덕분에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3경기를 보고 결정하겠다"던 김승기 감독은 사실 1월30일 삼성전을 앞두고 이미 사익스로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김승기 감독은 1일 SK전을 앞두고 "사실 삼성전에서 사익스 때문에 졌던 것은 아니다. 다른 쪽에서 무너졌다"면서 "삼성전에 앞서 미리 언질을 줬다. 같이 가게 되면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도 사익스를 원했다. 와이즈로 가는 것도 모험이었기 때문. 김승기 감독이 사익스의 손을 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정현은 "감독님께서 와이즈가 가승인으로 오고 누가 더 괜찮냐고 물어봤다"면서 "솔직히 와이즈가 와서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 뻑뻑해질 수도 있다. 1위를 달리고 있고, 사익스가 맞다고 생각했다. 김기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게 아니어도 사익스로 갔으면 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생애 첫 해외 리그에서 겪은 두 차례 시련. 사익스는 더 강해졌다.
사익스는 SK전에서 2~3쿼터 20분을 뛰며 17점 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2쿼터는 어시스트 5개로 리딩에 집중했다면 3쿼터에는 데이비드 사이먼이 주춤하자 직접 공격에 나섰다. 약점이었던 슛도 한층 정확해졌다. 3점슛도 3개 중 2개를 림에 꽂았다.
사익스는 "한국에서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면서 "삼성전에 앞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감도 생겼고, 불안감도 사라졌다. 혼자가 아니라 팀 연습 때 들었는데 동료들과 함께라서 좋았다. 삼성전에서도 좋은 경기할 수 있게 도와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웃었다.
계속해서 "내 나이에 겪을 만한 역경은 많이 겪었다. 아버지도 5년 전에 돌아가셨고, 지금 아이 둘의 아빠이기도 하다"면서 "역경을 이겨내려 했다기보다 코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사익스의 잔류로 이정현의 부담이 줄었다. 이정현은 1, 4쿼터에 리딩 보조까지 한다. 사익스가 들어오는 2~3쿼터에는 오롯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
이정현은 "아무래도 사익스가 있으면 경기 속도가 좀 빨라진다. 가드가 약해 내가 보조 리딩을 해야 하는 등 신경 쓸 게 많다"면서 "사익스가 들어오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다. 사익스가 흔들고 빼주면 받아먿는 것도 많다. 수비에서도 사익스가 1대1 수비가 강점이라 상대 공격형 가드를 막아준다. 덕분에 체력 세이브도 된다. 서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사익스도 한국 농구 적응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는 스킬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물론 김승기 감독이 아직까지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김승기 감독은 "항상 이야기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다"면서 "리딩이나 패스를 주는 부분이다. 톱에서 공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서있게 된다. 그런 부분이 아직은 조금 미숙하다"고 말했다.
사익스도 인정하는 부분. 사익스는 "2쿼터에 공을 오래 끈 플레이가 몇 번 있었다"면서 "감독도 이야기를 해주고, 매일 배우고 있다. 3쿼터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지려고 했다. 득점할 수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해야 하는 역할은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