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자택서 선언문 쓴 潘…"보수 소모품 되라니"

극비리 결정…마포캠프 참모진도 "전혀 몰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결정은 참모진과의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그만큼 그를 돕던 '마포 캠프' 인사들도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벽 불출마 선언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발표한 이후 서울 마포 사무실을 찾은 반 전 총장은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 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참모진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뜯어 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복잡한 심경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일 간의 '대권 강행군'을 통해 느꼈던 정치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털어놨다. 특히 보수진영에서 자신을 대선주자로서 이용하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답답한 속내도 드러냈다.

그는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쪽이다'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며 "보수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지만 그런 이야기는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라며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갖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거 같다"며 소회를 밝혔다.

일부 참모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대선주자' 반 전 총장과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결심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캠프 해체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이날 오후 급박했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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