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소 시기는 다음주초로 정했다"고 특검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 혐의로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을 지시하고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도 2014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명단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배제 작업을 김 전 실장이 지시하고, 조 전 장관이 지시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상태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은 이들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 직원들 등 관련자들과 수차례 대질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임명 직후부터 '사상적인 잣대로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문화계를 장악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이같은 사실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구속) 등의 공소장에 드러나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3년 8월 21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박준우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에게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에 사정을 서둘러야 하며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것은 종북세력이 의도하는 것이다. 제작자나 자금 제공자를 용서해서는 안 된다.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개구리도 용서할 수 없다"(2013.9.9 회의)는 발언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월 4일 수석비서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대통령께서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가 개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녔다.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의 형국이니 전투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세력과 싸워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 혼자 뛰고 있는데…"라며 각 부처의 문화예술인 지원 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 좌파들은 잘 먹고 사는 데 비해 우파들은 배고프다, 잘 해보라'고 독려가 섞인 지시를 한 것도 조사됐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박 전 수석과 신 전 비서관은 2014년 4월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며 야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하거나 정권 반대 운동에 참여한 개인·단체를 130건 선별해 공적 지원에서 배제했다. 특검은 이것이 블랙리스트의 시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실장은 "자신은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비롯한 민간인들의 국정농단 사건 등 특검법상 규정된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법 제19조에 따라 김기춘에 대한 피의사실이 특검법 제2조의 수사대상에 명백하게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오늘 오전 서울고등법원으로 송부했다"고 김 전 실장의 이의제기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