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생사부?' 로드 퇴출 이종현, 사익스 살린 김기윤

'미안해요 로드, 사랑해요 기윤' 프로농구 모비스는 대형 신인 이종현(왼쪽부터)이 빠르게 적응하면서 찰스 로드를 과감하게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고, 인삼공사는 가드 김기윤의 시즌 아웃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키퍼 사익스를 잔류시키기로 결정했다.(자료사진=KBL)
잘 나가던 찰스 로드(200cm)와 퇴출 위기에 처했던 키퍼 사익스(178cm)의 운명이 엇갈렸다. 선수 본인의 책임이 우선 작용을 했지만 같은 팀 국내 선수의 존재감도 둘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 1월의 마지막 날 둘의 명암이 교차했다. 사익스는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반면 로드는 울산 모비스에서 교체를 결정하면서 짐을 싸게 됐다.

인삼공사는 1월31일 당초 사익스와 교체를 염두에 뒀던 에릭 와이즈(192.8cm)의 가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사익스로 남은 시즌을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모비스가 와이즈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한국농구연맹(KBL)에 내고 로드를 퇴출했다.

당초 팀내 입지는 사익스가 불안했다. 사익스는 작은 키에도 덩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발군의 운동 능력을 보였으나 인삼공사는 상대 언더 사이즈 빅맨에 대한 수비가 항상 과제였다. 특히 올 시즌 우승을 다투는 서울 삼성에 3라운드까지 전패를 당한 게 결정적이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인삼공사는 모비스에서 일시 대체 선수로 뛴 마커스 블레이클리(192.5cm)에 대한 가승인 신청까지 했다. 일주일 교섭 기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지만 인삼공사는 다시 지난달 26일 전주 KCC 일시 대체 선수 와이즈에 대한 가승인을 신청했다.

반면 로드는 성적이 좋았다. 올 시즌 33경기 평균 23.8점(3위) 11.2리바운드(5위) 1.9블록슛(2위)을 기록 중이었다. 가드 양동근(181cm)이 개막전 부상으로 두 달 반 이상 빠졌음에도 모비스가 6위권을 유지한 원동력으로 꼽혔다.


▲토종 수요-공급 따른 외인 상품 가치 등락

인삼공사 키퍼 사익스가 지난달 30일 삼성과 원정에서 호쾌한 덩크를 꽂는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퇴출된 선수는 사익스가 아니라 로드였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선수 본인이 원인이었다. 로드의 태만과 사익스의 절실함이 희비를 갈랐다.

일단 사익스는 지난달 30일 퇴출 여부가 갈릴 마지막 시험에서 진정어린 활약을 펼쳤다. 20분을 뛰면서 덩크 2개 포함, 16점을 넣으며 삼성전 시즌 첫 승에 기여했다. 특히 몸을 던져 공에 대한 의지를 보인 허슬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반면 로드는 시즌 중후반이 되면서 슬슬 본색이 드러났다. 시즌 전부터 불성실한 자세를 종종 보인 로드는 지난달 29일 부산 kt전을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매트를 깔고 드러누웠다. 앞서 경기 중 3점슛을 난사하는 등 유재학 감독의 역린을 건드렸던 로드는 결국 이날 벤치에만 머물렀고, 결국 모비스에서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하지만 팀내 상황의 변화도 이들의 운명을 가른 변수였다. 인삼공사는 가드진이 헐거워졌고, 모비스는 센터진이 두꺼워졌다. 한 마디로 국내 선수의 변화로 둘의 상품 가치가 변한 것이다.

인삼공사는 주전 가드 김기윤(180cm)이 새해 첫날 모비스전을 끝으로 시즌을 접었다. 허리 수술을 받게 된 것. 시즌 전 박찬희(190cm)를 인천 전자랜드로 보낸 인삼공사는 가드가 아쉬워졌고, 결국 사익스가 잔류한 원인이 됐다. 김기윤이 사익스를 살린 셈이다.

'용병 적응 완료' 모비스 이종현(왼쪽)이 지난달 29일 kt와 홈 경기에서 상대 외인 라킴 잭슨의 수비를 뚫고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반면 모비스는 대형 신인 이종현(203cm)의 가세로 로드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다. 발등 피로 골절로 뒤늦게 합류한 이종현은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2경기에서 엄청난 골밑 존재감을 뽐냈다. 모비스가 로드를 포기하는 모험을 걸 만한 버팀목이 됐다.

이종현은 지난달 27일 창원 LG전 24점 18리바운드 5블록슛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연장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 뒤 kt전에서는 12점 5리바운드 2블록슛 3도움으로 로드의 빈자리를 메우며 연승을 견인하며 프로 적응을 마쳤다.

모비스 관계자는 "로드 퇴출은 물론 팀을 위한 것"이라면서 "로드가 아닌 팀 전체가 사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종현이 없었다면 이 결정은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이종현이 있기에 로드를 버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종현이 골칫덩이 로드를 쫓아낸 격이다.

올 시즌 황금세대를 앞세워 대권을 노리는 인삼공사와 리빌딩 속에 봄 농구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모비스. 일단 두 팀은 잔류와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과연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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