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전 개헌 연대'를 고리로 여야를 넘나드는 빅텐트를 치려 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는 정권교체의 명분이 희석될까 경계심을 보이는 양상이다.
정권교체 명분을 살리며 야권 주도의 텐트를 치려는 세력과, 반 전 총장을 앞세워 범여권 주도의 텐트를 치려는 세력간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빅텐트론에 먼저 기민하게 움직인 것은 반 전 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선 전에 꼭 개헌을 해야한다는 정당과 정파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현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할 때"라며 개헌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주 제3지대 인사들과 잇따라 만난 그는 "패권정치가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제가 만난 지도자들 모두 공감했다"고 말해 '친문' 세력과 에둘러 각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에 시동을 걸자 야권은 일단 경계했다.
대선 전 개헌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새누리당 세력을 확실히 제외해야 한다며 선긋기에 나선 것.
반 전 총장이 "광장의 촛불 민심이 초기 순수한 뜻보다 변질됐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손 의장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의장은 "개헌은 촛불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그동안 보여준 모호한 정체성 만큼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도 우려스럽다"고 반 전 총장을 공개 비판했다.
제3지대, 빅텐트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정치 세력들간에 정체성 논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돼 왔다.
'킹메이커'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손학규 의장, 김종인 전 대표, 김한길 전 대표 등은 일제히 '정권교체'의 명분을 충분히 살리는 야권 중심의 빅텐트를 꿈꾸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 기대를 걸었던 반 전 총장이 친이명박 등 여권 인사들로 주변을 채우고, 정권 연장으로 프레임이 굳어지자 관망하던 이들도 점차 거센 강도로 선긋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념이 다르면 함께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당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반기문과 함께하지 못한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 잘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까운 야권 인사는 "김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지만 야권이 주도하고 촛불 민심을 받드는 빅텐트를 쳐야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며 "반 전 총장은 이같은 구상에 상수가 아니다. 귀국 후에 그의 비중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주도하는 범여권의 빅텐트론과 정권교체를 강조한 야권 주도의 빅텐트론이 함께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빅텐트의 이념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