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최순실 추천으로 미얀마 대사 됐다" 인정(종합)

"최순실 여러번 만나" 반나절만에 인정…崔 알선수재 혐의 체포영장 오늘 청구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박영수 특검팀 조사에서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임명됐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3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유재경 대사가 현재 특검에서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임명된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의 발표는 이날 오전 있었던 유 대사의 발언과 배치된다. 유 대사는 앞서 특검에 출석하기 전 최씨와 관계를 묻는 취재진에게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사면접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누가 대사로 추천했는지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임명장 주면서 박 대통령이 한 말은 생생히 기억한다. 대통령은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열리고 양국간 교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정통 외교관보다 무역을 많이 했던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서 모시게됐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 대사는 특검팀 오전 조사를 받으면서 반나절 만에 이런 입장을 철회하고 최씨의 인사 개입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대사를 최씨가 추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정통 외교부 관료 출신인 이백순 대사가 물러난 후 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 출신 임원을 미얀마 대사로 보내라'고 지시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씨가 지난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는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특검은 또 관련 조사 과정에서 "최씨가 지난해 초 유 대사를 직접 만나 면접을 본 뒤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교관 경력이 없는 대기업 임원이 대사로 임명된 건 외교부 인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라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검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삼성이 최씨 측에 우회적으로 지원한 정황 등으로 미뤄 최씨가 당시 미얀마 대사 교체에도 입김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유 대사가 삼성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최씨와 삼성이 등장한다는 측면에선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유 대사의 임명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씨와 유 대사가 친분이 있었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대행사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특정 업체의 지분을 넘겨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미얀마 K타운은 약 760억원 예산이 책정된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다.

특검은 관련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전날 최씨에게 출석을 요청했으나 최씨는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날 중 알선수재 혐의로 최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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