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간으로 30일,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을 자신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든 지 불과 몇 시간만에 전격 경질했다. 특히 백악관은 성명에서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이 ‘배신했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앞서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도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국무부 외교관들을 향해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나가든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은 해고를 각오하라는 뜻이다.
백악관이 ‘배신’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미국 연방정부 부처 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전면 금지한 반 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백악관과 연방정부 부처가 정면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소속 해외주재 외교관들은 지난 주말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으며, 미국 언론들은 당국자의 말을 인용 100여명이 반대문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국무부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반대 문서의 초안에는 “이번 행정명령이 공무원으로서 우리가 수호하기로 맹세한 미국의 핵심가치와 헌법에 위배되며, 미국 내 테러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 또한 마비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내부의 집단반발과 더불어 미국 법무부에서도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이 반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에서 변호에 나서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하면서 백악관과 마찰을 빚었다.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이번 행정명령의 합법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전격 경질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후임 법무장관 대행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적극 지지하는 인사로 채워졌다.
새로 법무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다나 보엔테 버지니아 동부지구 연방검찰청 검사는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까지 대행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법을 수호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