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국정 역사교과서 유지…'대한민국 수립' 표현 고집

논란거리 대부분 수정하지 않고 기존 입장 고수(종합)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우파적 시각만을 반영한다는 논란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교육부는 31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 등의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 완성본을 공개했다.

최종 완성본은 지난해 11월 공개됐던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각계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것으로, 올해 3월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일부 연구학교에 보급돼 정식사용될 교과서이다.

최종본의 경우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310군데,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450군데 등 모두 760군데를 수정해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부분은 거의 수정되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이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볼 것인지,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못박았다.

이날 공개된 국정 교과서 최종본(고교 한국사)에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246쪽)' '1.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 민주주의 시련'(248쪽)' '1-2 대한민국의 수립'(251쪽)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252쪽) 등 일관되게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유지됐다.


그동안 우파를 제외한 사학계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논리가 친일 행위를 옹호하고 우리민족의 자주적 독립운동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또한 과거 정권과 이전 국정 역사교과서에서도 '대한민국 수립' 대신 '정부 수립' 으로 서술된만큼 국정교과서를 특정진영논리에 맞춰 서술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분량도 변화가 없다. 수정 전인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은 박 정권에 대해 9쪽에 걸쳐 서술했는데, 최종본에서도 분량이 그대로 유지됐다.

또한 5.16을 '쿠데타' 대신 '군사정변'으로 단순표현했다.

그러면서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정변을 일으켜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고, 방송국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을 장악하였다. 그들은 사회적 혼란과 장면 정부의 무능, 공산화 위협 등을 정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고만 서술해 권력확보 과정의 불법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1979년 전두환 등 신군부의 '12.12 사태'에 대해서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일부 병력을 동원해 군사 반란을 일으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불법적으로 체푸하고 군권을 장악하였다(12.12사태)"로 표현해 12.12사태의 불법성을 드러냈다.

또한 5.16과 관련한 사진도 기존 검정교과서들이 많이 사용했던 박정희 소장의 군복사진 대신 5.16 주도세력의 탱크 행진사진을 실었고, 5.16 혁명공약도 그대로 게시됐다.

대한민국 수립표현과 함께 대표적인 우파적 서술의 사례로 꼽혔던 '재벌'의 문제도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 공업 육성을 설명하면서 "재벌은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투자규모가 큰 중화학공업과 신규 사업에 진출하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대기업은 이후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269쪽).

또한 '역사 돋보기'라는 별도의 항목을 통해 이병철,정주영,유일한 등을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부각시키는 등 재벌 띄우기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의 주요원인으로 손꼽히는 재벌 폐해에 대해서는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었고, 정경유착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며 단 2줄로 처리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과 대남도발을 집중적으로 서술한 기조가 역시 그대로 유지됐다. 2.5쪽 분량으로 '김일성 독재체제 구축' '3대세습 체제 형성' '탈북자와 북한인권, 이산가족 문제' '북핵위기와 북한의 대남도발'을 다뤘다. 반면 '평화통일 노력'은 0.5쪽 정도에 그쳤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주요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반면 명백한 오류나 부수적인 논란은 수정처리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 고려시대 지도에 제주도가 일본 영토와 같은 색깔로 처리된 것을 수정했고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해방 이후 남한 농지개혁 당시 상환세를 25%에서 30%로 수정했다.

또한 국민의견을 반영해 대한민국 건국강령(1941년) 서술 횟수 등을 축소했고 친일반민족 행위자 구분과 관련해서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 내용을 옮겨 적었다.

또한 성과 위주 서술이었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는 "관 주도의 의식개혁운동으로 나아가면서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는 한계점을 보충하기도 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사편찬위원회와 집필진이 학문적 타당성과 교육과정의 부합성 등을 기준으로 국민의견 반영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해 그 결과를 최종본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친일반민족 행위의 구체적 적시,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강화, 제주 4.3사건의 구체적 서술, 새마을 운동의 한계점 명시 등 본문 및 읽기 자료의 내용도 크게 수정,보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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