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은 어딘가에 의지하려 하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바로 이 순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라고 한다.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진정으로 마음이 평온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가 아닌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삶을 옥죄는 일들이 수없이 얽히고설켜 있는 현실을 살면서 번뇌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모든 대답이 단 260자로 된 반야심경에 응축되어 담겨 있다.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하여[行深般若波羅蜜多]” “비추어 보면[照見]”,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게 된다[無智無得]”고 한 후에, 마지막으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揭帝揭帝, 波羅揭帝, 波羅僧揭帝]”라는 주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것이 바로 반야심경이 제시하는, 모든 고통을 벗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것도 단 260자에 인간사 모든 번뇌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담아 놓았다.
반야심경은 깨달음을 얻고 최고의 지혜로 오를 수 있는 필수적인 방법이자 속세의 고통을 초월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이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이 지쳤을 때 차분히 앉아 이 260자를 단지 읽고 그 뜻을 헤아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에서 벗어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이 짧은 경전에는 우리가 그 뜻은 이해하지 못해도 흔히 들어 귀에 익숙한 말들이 가득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같은 말들이다.
그러나 저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 가다 보면, 그 흔한 말들은 점차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주문으로 느껴지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입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반야심경은 불교의 핵심이자 정수로서, 불교의 기본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짧은 경전 안에 부처가 말한 핵심 메시지와 수행 방법이 모두 들어 있다는 말이다.
“왜 모든 사람은 살면서 고통을 받는가”
“그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과연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4가지 근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누구나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반야심경은 이 질문들에 대해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답을 해 주는데, 그것이 바로 ‘사체(四諦)’, ‘팔고(八苦)’, ‘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 ‘육바라밀(六波羅密)’, ‘십이인연(十二因緣)’, ‘공(空)’, ‘무(無)’ 같은 말들이 지닌 심오한 지혜들이다.
저자 페이융 교수는 이 책에서 반야심경에 응축되어 있는 불교의 지혜를 한 올 한 올 풀어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지런히 펼쳐 놓고 있다.
책 속으로
지금부터 이간질 하지 않는 계를 수행해 보자. 남을 헐뜯지 않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 달, 석 달, 1년, 2년…, 이것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 인간관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이 평화롭고 따뜻하게 변하지 않겠는가? (44쪽)
“누구든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은 오직 하나, 바로 자아를 찾는 것이다. 진정한 자아가 시인인지 미치광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운명을 찾은 다음(타인의 운명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평생 그것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 외의 다른 길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외의 다른 길은 모두 인간의 도피 방식이다.” (108쪽)
세상에 그게 아니면 안 될 것은 없다.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비좁은 공간에 가둔다. 그 생각을 따라 가다 보면, 점점 길이 좁아지고 결국에는 막다른 길이 나타난다. 온전한 전체를 두 가지로 분리하고 그 중 하나에만 집착하는 순간 고통이 생겨난다. (142쪽)
진정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 어리석은 망상이자 행복의 비결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성공만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버리라고 우리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상황을 온전한 인생으로 받아들이고 누려야 한다. 맑은 날에는 햇볕을 누리고, 비 오는 날에는 비바람을 누린다면 불행함도 사라질 것이다. (163쪽)
그러므로 어떤 일이 닥치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스스로 짊어지고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 남에게 책임을 미뤄서는 문제를 영영 해결할 수 없다. 그저 계속 원망만 할 뿐이다. (195쪽)
미워하는 사람을 돌멩이 하나 또는 풀 한 포기라고 생각해 보자. 돌멩이나 풀은 눈에 보여도 그저 무시하고 지나가 버린다. 좋고 싫음이 없다. 사람이든 돌멩이는 풀이든 나를 고통스럽게 할 수는 없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218쪽)
즐거운 사람은 인생을 경치 감상으로 생각하며 차분하게 생활한다. 반면 우울한 사람은 인생을 장거리 경주로 생각하고 오로지 앞으로 달리는 데만 집착한다. (230쪽)
이 순간 내 인생에 찾아온 것들 중 대부분은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없다.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수많은 순간들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287쪽)
인간이 언젠가는 죽으며 자신이 죽음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다시 말해 자기 생명이 갈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291쪽)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주문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주문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언어로 인간이 아닌 바깥의 존재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은밀한 정보이자 비밀스러운 연결이다. 반야심경 속 이 주문은 부처가 우리에게 알려 주는 깨달음이자 모든 고통을 없애 주는 진실한 말이다. (309쪽)
페이융 지음 |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332쪽 | 1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