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설 연휴 이후 롯데상사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와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를 맞바꾸는 사드부지 교환 계약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미 당국은 사드 배치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도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7월 8일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되자 한한령(限韓令)으로 통칭되는 경고를 한국 측에 던져왔다. 한류스타 방송출연 제한을 시작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 축소 및 쇼핑 제한,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롯데 중국매장 세무조사, 화장품·공기청정기·양변기 수입 불허, 삼계탕 대중수출 급감, 성악가 조수미·피아니스트 백건우 방중 공연 취소 등 말그대로 전방위적이다.
이번 춘제 연휴(중국 설. 1월 27일~2월 2일)는 본격 보복의 서막과 같아 보인다.
춘제 연휴 기간 해외를 찾는 유커는 6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한국행은 크게 줄 것이라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携程)의 여행지 순위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는 7위로 떨어졌다.
실제로 춘제 기간 제주도를 찾을 유커는 지난해보다 16.6%나 줄었다.
중국 당국이 사드 관련성을 부인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작정하고 보복에 나설 경우 그 타격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비중이 절대적인 관광과 면세점, 화장품 등 관련 업계는 떨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17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중 유커는 800만명으로 절반에 달한다. 유커의 감소는 한국 관광에 직격탄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고공비행 중인 면세점업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2조원을 돌파했다. 1년만에 33.5%, 3조원 넘게 급증했다. 이 역시 유커 덕이다.
시장 절반을 독식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매출의 80% 가까이를 유커가 올려줬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매년 면세점 매출 등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업계 역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유커들 “실제 배치되면 전혀 다른 상황 펼쳐질 것”
한국을 찾은 유커들은 아직까지는 사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올해 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만난 베이징에서 온 하오구어타오(30.남) 씨는 “사드에 대해 잘 모르고 별다른 생각도 없다”고 웃어넘겼다.
후난성(湖南省) 출신으로 한국에서 유학 중인 리모(22.여) 씨도 “중국의 지인 중에 사드에 깊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유커 대부분은 중국의 한국여행 제한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듯 했고, 놀랍게도 사드 자체를 모르는 유커도 간간이 있었다.
하오 씨는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제한에 대해 “큰 영향은 없고 주변 사람들도 여행을 결정하는 데 크게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4~5 차례 한국을 찾은 다롄(大連)의 주모(30.여) 씨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 사드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이것 때문에 한국여행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커들은 사드가 실제로 배치되는 것은 “전혀 다른 애기”라고 입을 모았다.
유학생 리 씨는 “사드가 실제로 배치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베이징의 하오 씨도 “실전 배치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중국과 한국 관계가 중국-대만과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롄의 주 씨는 “국가간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이 우려돼 한국을 다시 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푸젠성(福建省)에서 온 우이린(31.여) 씨는 “국가 이익이 달려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의 방향에 따를 것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계속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일본을 싫어하지만 일본 면세점도 있고 중국 하이난에도 대형 면세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