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김인식, 마지막 시험대 오른 '양金 시대'

'과연 김 감독들은 올해를 어떻게 넘길까' 한화에서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김성근 감독(왼쪽)과 오는 3월 WBC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한국 야구를 이끌어왔던 두 노장이 올해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75)과 '국민 사령탑' 김인식 야구 대표팀 감독(70)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지도자로 참여한 두 감독은 최정상까지 올랐던 한국 야구의 대표적 명장이다. 재일동포 출신인 김성근 감독은 태평양과 쌍방울, LG 등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2007년부터 SK를 맡아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김인식 감독은 1995년과 2001년 곰 군단이 OB에서 두산으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두 번의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김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화려한 시절을 보낸 두 감독은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다. 영욕의 세월로 점철된 사령탑 경력도 서서히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2017년은 두 감독이 사령탑 생활의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양 김 감독의 마지막 시험대가 되는 2017년이다.

▲위기의 김성근, 3년 계약 마지막 시즌

2017시즌을 앞둔 김성근 감독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 지휘봉을 잡고 화려하게 복귀했던 김 감독이었지만 지난 2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17년은 계약 마지막 해. 지난 시즌 뒤 경질설이 돌았던 만큼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않는다면 재계약은 어렵다.

김 감독은 2015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투지로 '마리한화' 열풍을 일으켰다. 최하위 이미지가 굳어졌던 한화의 반전을 이끄는 듯했다. 그러나 투수 혹사 논란 속에 뒷심이 부족해 6위로 아쉽게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도 한화는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의 팀 운영 방식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쏠렸다. 혹사 논란이 불거진 투수들이 잇따라 수술대에 올랐고, 유망주들을 버리고 데려온 즉시 전력들의 실패로 '내일이 없는 야구'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김 감독의 근성 야구에 대한 찬사는 집착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섰다. FA(자유계약선수)와 외국 선수 등에 거액을 들여가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던 구단도 방침을 바꿨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운영은 더 이상 없다는 선언이었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등 힘겨운 시즌을 치렀다.(자료사진=한화)
지난 시즌 뒤 강단 있는 박종훈 단장을 영입한 게 신호탄이다. 박 단장은 지난해 CBS노컷뉴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는 선수 육성 등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근우, 이용규, 배영수, 권혁,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 등 폭풍 영입을 했던 한화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그러면서도 한화는 특급 외인 선수들을 데려왔다. 메이저리그(MLB) 현역으로 뛰던 우완 알렉시 오간도를 180만 달러(약 22억 원)에 영입했고, 지난해 맹활약한 윌린 로사리오와도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재계약했다. 나머지 투수 1명도 비슷한 수준의 몸값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190만 달러를 받은 에스밀 로저스도 후보다.

사실상 김 감독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지난 시즌까지 데려온 FA들과 고액의 외인들로 올해 결과를 내지 못하면 김 감독의 재계약은 무산된다. 김 감독은 SK 왕조를 이룬 뒤 구단 수뇌부와 갈등으로 2011시즌 도중 자진사퇴한 뒤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는 등 사실상 야인으로 지내다 한화로 왔다.

올해 승부를 걸지 못하면 김 감독의 사령탑 커리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엄청난 돈을 쓰고도 결과를 내지 못한 김 감독을 다른 구단들이 부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장 중심의 프런트 야구가 대세인 KBO 리그에서 사령탑의 권위를 중요시하는 김 감독은 이제 외딴 존재가 된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위기의 김 감독은 오는 31일 선수단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출국에 하루 앞서 떠나 시즌 구상에 들어간다.

▲김인식, 최약체 열세 딛고 반전 이룰까

김인식 감독의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는 3월 개막하는 WBC 사령탑을 맡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주축 선수들이 적잖게 빠졌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2009년 WBC 준우승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부상과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겹쳤다. 좌완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은 2년 재활 끝에 소속팀 선발 경쟁을 위해 빠졌고, 김광현(SK)도 수술로 낙마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메이저리거 김현수(볼티모어)와 추신수(텍사스)도 주전 경쟁과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 파문으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은 반대 여론의 부담에도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발탁했다. 오승환은 해외 도박 전력으로 KBO의 징계를 아직 받지 못한 데 대한 논란이 컸다. 다만 해외 리그에서 뛰어 징계를 소화할 여건이 되지 않은 데다 속죄의 심경으로 대표팀에 나서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반영해 최종 명단에 넣었다.

논란의 오승환을 데려가는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자칫 1라운드 탈락이라는 2013년의 전철을 밟을 경우 비난의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인식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은 항상 있어왔다"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1차 목표는 1라운드 통과"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나서는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등의 전력이 만만치 않아 2라운드 진출을 장단하기 쉽지만은 않은 대표팀이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는 김인식 감독(왼쪽)과 선동열 코치.(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만에 하나 이번 대회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김 감독의 사령탑 경력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대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오는 야구가 올림픽에서 부활하는 2020년 도쿄 대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야 수차례 검증이 됐지만 한국 야구를 이끌 차세대 후보들이 적체된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 앞서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등의 대회를 치른다. 현재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이상 35) 등이 주축인 대표팀을 감안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서서히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다. 일본처럼 수년 전처럼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전임 사령탑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 대만은 오는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을 연다. 유망주와 스타 선수들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대회다. 이들이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올림픽까지 주축으로 뛰는 것이다. 때문에 이 대회를 맡을 사령탑이 향후 국제대회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 감독이 WBC에서 이전처럼 값진 성과를 낸다면 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의 자격을 차고 넘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세대 교체 바람이 묻힐 확률이 높다. 명예로운 용퇴에 대한 움직임이 일 수도 있다.

한국 야구에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김성근과 김인식 감독. 과연 올해 두 감독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양 김 감독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시험이 펼쳐질 2017년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