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살인사건 피해자 모친 "16년 만에 홀가분한 설"

"16년 만에 진실이 밝혀져 이번 설 명절을 맞는 마음이 더 홀가분합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해자(당시 17세) 모친 A(60)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떳떳하게 광주 영락공원을 찾을 수 있겠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첫 명절을 맞는 심경을 밝혔다.

광주 영락공원에는 16년 전 살해당한 딸과 함께 남편도 묻혀 있다.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A씨의 남편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응어리진 한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 같다"면서 "설에 딸과 남편이 함께 있는 곳을 찾아 '하늘나라에서 이제는 두 눈 편히 감고 살아달라'고 말해주겠다"고 했다.

피고인 김모(40)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너무 착잡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그러지 못할 텐데. 죄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용서를 빌어야 하는데 너무 뻔뻔하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가족과 일가친척이 함께 모이면 늦게나마 잘됐다고 말하고 그동안 쌓인 한도 풀어야겠다"며 "진실이 밝혀지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고마워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A씨의 딸이 성폭행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초기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았다가 지난해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씨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기소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 11일 법원이 김씨에 대한 강간 살인 등의 혐의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유족의 고통 등을 들어 중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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