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에게 국한됐던 한복 체험이 국내 젊은 여성에게까지 확산하면서 한복은 명절때만 입는 전통 의상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지고 있다.
◇ "타임머신 타고 시간여행…셀카도 예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전남 나주에서 서울로 여행 온 고등학생 김다슬(18), 양은지(18) 양은 대여점에서 빌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복궁 앞에 섰다.
취재진을 만난 김 양은 "춥지만 재밌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라며 "셀카(셀프카메라)도 예쁘게 나와서 완전 신난다"고 밝혔다.
양 양은 "우리나라의 예쁜 전통옷을 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직접 입어보니 오히려 코트보다도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휴관일이라 궁내에 들어갈 수 없던 까닭에 북촌한옥마을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이들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넘어섰는데도 경복궁 근처에서는 이들을 비롯해 수십 명의 젊은 여성과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궐담을 거닐었다.
◇ 너도나도 한복…명절 이후 확산 조짐
한복은 그동안 주로 명절에만, 그것도 노년층이나 어린아이에 한해서 입는 옷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한복 입기' 문화가 고궁 등 서울 주요 명소로 전해진 뒤, 한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층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빨간 한복을 갖춰 입고 경복궁 앞에 선 고교 졸업예정자 조소민(19) 양은 "이런 한복이 집에 여러 벌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명절 이후 부산 집에서도 평소 가끔 입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 양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여행 온 친구 박민욱(19) 양은 "한복이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나아가 한복문화가 세계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음악강사 최고은(26·여) 씨의 경우 얼마 전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서 경복궁 나들이를 한 뒤 '생활 한복'을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정도로 한복에 관심이 생겼다.
최 씨는 "한복은 평상복으로 입어도 무리 없을 만큼 세련되고 예쁜데 아예 한 벌을 사 입기에는 가격이 마치 '깡패' 같이 비싸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당시 함께 한복을 입었던 회사원 정은지(30·여) 씨는 나아가 "일상 생활하면서도 입을 수 있도록 예쁘고 실용적이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한복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소셜미디어로 확산…대여점 문전성시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한됐던 한복체험이 국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다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특히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현지인인 한국인들이 한복 입은 모습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복을 빌려 입고 종로구 삼청동을 걷던 대만인 예 페이(YEH FEI·20) 씨는 "한국 여행을 준비하다 페이스북에서 한국인들이 이 전통옷을 입고 있는 걸 우연히 봤다"며 "구글에 찾아보니 여기서 빌릴 수 있다고 나와있더라"고 말했다.
덕분에 한복 대여점은 성업하고 있다. 인사동의 한 대여점 관계자는 "지난 가을 한창 영업이 잘 될 때는 하루에 100여 벌씩 나가기도 했다"면서 "요즘에는 중국·대만·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인들까지 한복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쯤부터 하나둘 생겨난 대여점이 2년 만에 서울 종로구 주변에만 80~90곳 정도로 불어나자 대여점 측에서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인사동의 또다른 대여점 대표는 "과거 대여료만 15만원씩 해서 결혼식에나 입을 수 있던 한복이 1~4만원 대로 낮아지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면서도 "대여점 수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등 이쪽은 상당히 과열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