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지만…" 떡집 아저씨의 10년 나눔

부산의 한 떡집 주인이 10년 동안 명절마다 홀몸노인을 위해 떡을 무료로 나누고 있다.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전통시장 내 떡집이 10년 가까이 매년 명절이면 지역 홀몸노인을 위해 떡을 나누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동구 수정동 전통시장 안에 있는 한 떡집. 좁은 공간에 빼곡히 자리한 기계들이 희뿌연 수증기를 내뿜으며 설날 아침 밥상에 오를 가래떡을 쉴새 없이 뽑아내고 있다.

세 명의 직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떡을 뽑아내고 포장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명절을 앞두고 분주한 떡집 입구에 이미 깔끔하게 포장까지 마치고 가지런히 놓인 가래떡 봉지가 눈에 띈다.

각각 포장에는 새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말이 담긴 스티커도 붙어 있다.

상자 두 개를 가득 채운 가래떡은 모두 40kg, 20만 원어치에 달한다.


이미 배달 준비까지 끝난 이 떡들은, 이곳 주인 김정은(48)씨가 지역 홀몸노인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선물이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쉴새 없이 바쁘지만, 떡을 뽑는 과정부터 포장까지 김씨가 손수 만들었다.

김씨의 선행은 벌써 9년째.

설이면 떡국용 가래떡을, 추석에는 오색 송편을 만들어 매년 수십 명의 홀몸노인에게 전달했다.

동래구에서 방앗간 일을 하던 김씨는 10여 년 전 이곳 동구에 자신의 떡집을 차렸다.

가게를 운영하며 인근 주민협의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사례를 접하기 시작했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나눔을 시작했다.

부산의 한 떡집 주인이 10년 동안 명절마다 홀몸노인을 위해 떡을 무료로 나누고 있다.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매년 수십만 원어치의 떡을 나눠왔지만, 김씨는 그동안 직접 홀몸 노인들을 찾아가거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굳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나눔을 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게를 차린 뒤 주민협의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소식을 접했고,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명절마다 떡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스스로 알리고 싶어 한 일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찾아뵙거나 따로 인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김씨가 손수 만든 떡은 지난 25일 동구 수정2동 주민센터와 새마을협의회를 통해 지역 주민협의회를 통해 홀몸노인들에게 전달됐다.

10년 동안 나눔을 몸소 실천해 온 김씨는 앞으로도 이웃을 위한 정성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0년 넘게 떡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잘하는 일에 정성을 들여 준비한 떡이 명절에 고향에도 가지 못하는 어려운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동안은 작은 나눔이라도 계속해 이웃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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