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작가 지원 건으로 승진시킬 수 없으니 윗선에서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기 싫으면 알아서 처리하라"
박근형(55) 연출의 연극 '개구리'(2013)가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극 '개구리'에는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것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컨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중앙일보는 "'우리 딸애'는 박근혜 대통령을, '기말시험'은 대통령선거를, '점수 조작'은 득표 수 조작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통령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과 연결된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검에 소환된 문체부 간부들은 이 연극이 다음해(2014)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중앙일보는 이들이 특검에 "2014년 상반기에 청와대에서 '뭐 이딴 빨갱이 연극을 가만히 놔뒀느냐'며 난리가 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2014년 하반기 1급 승진 대상자였던 예술정책국장이 이 박 연출에게 창작지원금을 줬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의혹도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간부들은 특검에 "이유를 물었더니 '개구리 작가 지원 건으로 승진시킬 수 없으니 윗선에서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기 싫으면 알아서 처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문체부 간부들이 특검에 "김 전 실장이 '좌파 예술인들이 득세하는 꼴을 왜 지켜보고 있느냐. 문화·예술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보 예술인들을 말려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TV라는 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의 25일 대면 인터뷰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