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 내부에서의 경쟁논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경제.금융원리에서 동떨어진 의사결정이 적지 않았고 이는 은행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했다.
관치시대 우리은행을 이끌었던 이광구 행장의 최대 목표도 민영화일 수 밖에 없었다. 주식이 제 값을 받아야 은행매입에 투입된 원전 회수가 가능하고 이를위해 우리은행은 실적 호전에 올인했다.
이광구 행장은 재임기간 은행 실적호전의 핵심인 수익성, 건전성 지표개선에 모든 역량을 투입, 2014년 4천억원대 당기순이익이 2015년 1조원대로, 2016년에 3분기만에 1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리은행 한 간부는 2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광구 행장이 수익성과 건전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고 그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은행 주가가 50%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민영화의 초석을 놓은 셈이다.
은행 실적이 호전되다 보니 한투금융 등 국내 투자자들이 정부 지분 30%를 매입하며 이사회를 구성해 우리은행은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광구 행장은 민영화 실적과 우수한 경영능력을 평가받아 25일 연임에 성공하며 민영화시대를 열었다.
그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내일 더 강한 은행'을 제 2기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2020년 아시아 10위, 글로벌 50위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비뱅크.위비톡 강화 ▲로보어드바이저 등 AI도입 ▲빅데이터 활용 ▲융복합 제휴 ▲동남아 진출을 2기 재임기간 주요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민영화 원년인 올해는 새롭게 시도되는 지배구조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우리은행과 계열사를 '우리금융그룹'으로 다시 묶는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대통령 발 세계보호무역주의 기류와 중국의 사드 보복.성장둔화,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어느때보다 많고, 금융업계로 시선을 좁혀보면 급격한 주택경기 위축과 당국의 대출규제로 은행 영업환경은 크게 악화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론이고 역대 어느 정권때보다 강력한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을 펼쳤던 박 정부 집권 중반기 환경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이광구 행장은 물론이고 우리은행의 새로운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 것인지 글로벌은행으로 도약할 지 분수령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