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임기 줄이고 권력은 총리와 나누겠다"(종합)

"20일 전 대선 출마 결심…신인이지만 글로벌 정치 경험 있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며 개헌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다.

개헌 방향으로는 총리와 권한을 나누면서도 중임이 가능하도록 한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했다. 총선과 대선 시기를 맞춰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 "개헌으로 외치·내치 나누고 임기도 단축 가능"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하고 국민 65%가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갇히게 되면 그게 바로 패권"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력 배분의 방향에 대해서는 외교·안보 등 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사회·경제 문제는 총리가 전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이 혼자 내치 외치를 하기보다는 남북한에 관한 문제는 경험 있는 사람이 리드해 나가고 경제사회 분야는 총리가 전권을 가진다면 협치가 된다"고 말했다.

또 "권력 분권형이 된다면 중임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임기가 4년으로 줄어들면 대통령과 총리가 할 일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과 총선 시기를 같이 해 민심이 분열되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며 3년 임기 단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둔 대목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당장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워 보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지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수 없다"면서도 "통합을 통해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국격을 높이겠다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 정치 결사체들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국가에 봉사할 것…나는 국격 높일 수 있는 사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해 12월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퇴직 후 회고록을 쓰고 강의하면서 편안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짧은 시기가 될 지 모르겠지만 노력하겠다는 걸 12월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불과 20여일만에 대통령 출마 결심을 한 점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반 전 총장은 "어떤 분은 350미터쯤 앞에 가 있고 저는 출발선이지만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정신이 준비돼 있다"며 "빨리 배우고 준비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신을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후보"라고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을 추켜세웠다.

그는 "정치 신인이지만 이것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글로벌 정치를 해 본 사람"이라며 "우리도 국격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과의 외교 마찰도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쌓은 각국 정상과의 친분을 통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 전 총장은 "지금이야말로 외교적인 교섭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보다 제가 더 준비돼 있고, 국민이 저에게 기대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그런 문제"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등 경색된 대북관계 해법에 대해서는 "당시로서는 개성공단 폐쇄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 포기에 진지한 자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상당히 어렵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 "사드 배치 말바꾸기 문재인, 국민들 불안해 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대선 승리가 새누리당 정권 연장이라고 비판한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적 없는 한 점 때 묻지 않은 신인"이라고 반박했다.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의 태도를 지적하며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는 걸 국민이 원하는지 알 수 없다"며 "국민 통합에 주저할 이유가 뭐가 있냐. 문 전 대표 개인의 의사라면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 말이 오락가락하고,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당시 북에 입장을 물어본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이 불안하고 의아해한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데 대해서는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는 제가 많이 앞서 있었다"며 "정치적 상황이 저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며 후보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공일자리 81만개를 생산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도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부문보다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육성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 등 정부가 틀을 빨리 잡아 내수를 진작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기능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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