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21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조추첨에서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B조에 편성됐다. 조 1위가 본선 진출권을 가져가는 가운데 남과 북은 치열한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모든 예선 경기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평양 격돌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평양에서 ‘통일축구’를 통해 경기를 치른 경험은 있지만 공식 대회에서 평양 원정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자칫 조 1위 경쟁을 하는 상대인 북한과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알띠에의 2017 공식 음용수 후원협약식에서 만난 지소연은 북한 원정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잠도 안 자고 조 추첨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는 지소연은 “생각이 많다.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한 조에 당황하고 있다”면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북한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 꼭 이겨보고 싶다. 어차피 북한을 이겨야 월드컵에 나간다”고 조 추첨 결과에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0위에 올라있는 아시아 여자축구의 대표적인 강호. 세계랭킹 18위 한국은 북한과 역대전적에서 1승2무14패의 일방적인 열세에 그치고 있다. 비록 북한을 상대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지소연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예선을 치러봤는데 승산이 없지는 않다. 지지만 않으면 아시안컵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낯선 북한에서의 경기는 분명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지소연은 “언제 평양을 가볼 수 있을까. 편하게 가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만나 당황스럽다. (북한의 개최 확률이) 33%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설마 북한이랑 붙겠냐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B조 예선이 평양에서 모두 열리는 가운데 한국은 4월 5일 인도를 시작으로 7일 북한,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상대한다. 사실상 북한과 2차전은 B조 1위를 결정하는 결승전이라는 평가다.
지소연은 “2019년 월드컵에 못 간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세대교체보다는 정예멤버로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아시안컵 예선에 출전할 수 있도록 상의하겠다”고 분명한 출전 의지를 선보였다.
한편 2018 AFC 여자 아시안컵은 2014년 대회에서 개최국 요르단과 1~3위를 차지한 일본, 호주, 중국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조별예선 A~D조의 1위가 남은 4장의 본선 출전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