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코스관리자에서 프로로 변신한 박대명의 도전

제설도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대명 프로. (사진=KPGA 제공)
"꿈이 간절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난 20일.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준회원) 박대명(34)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스카이72 골프장으로 향했다. 손에는 골프채가 아닌 제설도구가 들려져 있었다.

박대명은 KPGA 투어 프로이자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코스관리팀 직원이다.

2007년 박대명은 골프장 코스관리 직원 채용 공고를 보고 올림픽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코스관리 일을 시작했다. 사회체육을 전공해 체육 선생님을 꿈꿨지만, 골프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코스관리를 시작했고, 2012년부터는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다.

스카이72에서는 KPGA 챌린지투어(2부), 프론티어투어(3부)의 예선, 본선을 비롯해 KPGA 투어 등 여러 대회가 펼쳐진다.

평범한 골프장 직원이었던 박대명이 골프 선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다.

박대명은 "대회를 계속 보다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면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 전까지 골프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2015년 박대명은 32세의 나이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책과 영상으로 골프를 독학하면서 KPGA 프로의 꿈을 키웠다. 당연히 시간이 부족했다. 낮에는 잔디를 깎는 등 코스 정비에 매진했고, 해가 지고나서야 연습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코스 예약이 없는 날에는 경기팀 동료들과 18홀을 돌며 배웠다. 주변 연습장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박대명은 "혹여 '연습하느라 코스관리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항상 1시간 먼저 출근해 코스를 관리했다"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골프를 처음 시작해 오로지 연습에 집중해야 하는데 일까지 하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잠을 자고, 업무와 연습을 병행했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고, 'KPGA 프로' 라는 꿈이 간절했던 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골프만 바라보고 골프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 돌아 갈 것 같다"고 웃었다.

그렇게 박대명은 2016년 KPGA 2차 프로 선발전에 응시했다. 근무지인 스카이72 클래식코스에서 예선을 치른 박대명은 2라운드 합계 5언더파로 본선 티켓을 땄고, 군산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본선에서도 2라운드 합계 3오버파 공동 19위로 프로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프로 자격증을 땄지만, 박대명은 코스관리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KPGA 투어 프로(정회원)이 목표지만, 코스관리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계획.

박대명은 "정돈된 코스를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보람을 느낀다. 더군다나 이제는 'KPGA 프로의 손길을 거친 코스'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프로가 직접 관리하는 코스인 만큼 최고의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전보다 더욱 열정을 쏟고 있다"면서 "투어 프로에도 도전해 꼭 KPGA 투어 무대에서 뛰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코스관리 또한 중요한 존재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더 크다. 박대명의 최종 목표는 코스관리와 선수 생활을 넘어 골프학 공부, 골프장 경영까지 모든 분야를 경험하고 섭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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