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설 전까지 민생 행보에만 집중하겠다던 예고를 깨고 여야 정치인과 회동 시점을 앞당기면서다. 반 전 총장으로선 '1일 1실수' 논란과 지지율 하락 등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함에 따라 보폭을 빠르고 넓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여야를 막론한 인물들과의 ‘광폭 회동’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느냐다. 앞서 봉하마을, 팽목항 방문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경우 자칫 '간 본다'는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
◇ 김종인, 박지원 등 潘과 회동 부인…"안 만났다"
반 전 총장이 설 전까지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인물은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총리 내정자 등 9명이다.
광폭 회동 추진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해 제3지대에 '빅-텐트'를 치기 위한 안간힘의 발로다. 만나기로 한 사람들의 공통점도 개헌론자라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2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대선이 실시되기 전에 (개헌)하면 더 좋겠다"며 향후 총선이 대선과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이 내각제인지 대통령 4년 중임제인지 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9명 중 사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대표와 박지원 대표는 만남 사실을 부인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지난 21일 회동설(說)이 나돌았지만 기자들과 만나 "안 만났다"고 선을 그으면서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반 전 총장도 김 전 대표와 회동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지난 행보를 비판한 데 이어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반 전 총장이 만날 사람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빅 텐트에 들어와서 경선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실현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 빅 텐트 못 치면 '김무성 우산' 속으로
박 대표는 아예 "우리는 셔터를 내렸다"며 영입 가능성도 일축했다. 종합하면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이 희박하며, 제3지대 빅 텐트 등 선거연대도 불투명해졌다는 얘기다.
제3지대 위축에 대해선 호남권에 낮은 반 전 총장의 지지세가 이유로 거론된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의원들로선 연대하고 싶어도 지역 유권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졌다.
반 전 총장이 제3지대에 텐트를 치는 데 실패할 경우 바른정당 입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제3지대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론에 대해 "국가와 국민에 관심 없고 이념에 빠진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분들이 힘을 합치자는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친박, 친문을 제외한 선거연대 구상을 인정한 셈이다. 반 전 총장과 만났던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간다고 한 적도 없고, 새누리당과 같이 못 한다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며 "개헌 연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潘 추종' 새누리 탈당 인원이 '흡수력' 판가름
반 전 총장이 여야를 통합한 빅 텐트를 치기 위해선 우선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과 스몰 텐트부터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내 생각이나 정치적 비전, 앞으로 있을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편을) 가르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한 발언의 의미가 주목된다. '정강·정책'을 언급한 만큼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예상만큼 새누리당의 탈당 행렬이 길지 않을 경우 독자세력화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당초 충청뿐만 수도권-영남 출신 의원 20명 이상을 포함한 제5교섭단체 가능성이 거론되다가 '10명 안팎'으로 탈당 예상 인원이 줄어든 것이 부정적 전망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