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제2의 육영재단'"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해 관여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제2의 육영재단’으로 규정했다. 또 대기업들이 재단 설립과 운영에서는 배제된 상태에서 내놓은 출연금은 ‘뇌물’로 밖에 볼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22일 “고위 공직자가 재단을 만들어서 재벌들에게 ‘돈을 넣으라’고 하면 돈을 받은 쪽은 뇌물 수뢰고, 돈을 준 쪽은 뇌물 공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비영리 재단법인을 포함해 재단법인을 설립할 경우,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고 정관을 작성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야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애초부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짠 계획대로 돈을 냈을 뿐이고, 실제로 두 재단의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이런 점은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판과 헌재 탄핵 심리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재단의 설립에 필요한 출연금을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재벌들에게 할당했을 뿐아니라, 재단인사와 사사로운 살림까지 모두 직접 챙긴 정황은 다수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
특검은 이 때문에 실질적인 재단 설립자인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벌로부터 받은 돈으로 출연금을 충당했고, 이 출연금은 뇌물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대통령의 업무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어 대가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며 "더군다나 삼성의 경우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합병을 지원한 구조는 대가성과 부정청탁을 벗어날 수 없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성격을 ‘비영리’와 ‘공익’이라고 강조한 점도 논점을 흐리는 궤변에 불과하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은 한푼도 받는 게 없다며 사익을 챙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영리·공익재단이더라도 반드시 재단의 주인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동소유이거나, 한쪽이 명의를 빌려준 형태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제2의 육영재단’으로 보는 이유다.
육영재단도 대부분의 설립 자금은 기업의 기부금으로 마련됐지만, 박 대통령 일가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육영재단의 정관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자녀만 재단을 운영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영리 공익재단이지만 분명히 '주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학교·종교 법인도 모두 주인이 있다”며 “비영리재단이라고 해서 주인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는 “두 재단을 주인없는 공익재단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이다”라고 비판했다.
특검은 특히 미르재단 재산 중 80%를 처분이 가능한 보통재산(운영자금으로 쓰이는 재산)으로 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재단은 장기 운영을 위해 처분할 수 없는 기본재산(설립당시 출연한 재산)의 비중을 높게 둔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최씨가 향후 재단의 재산을 빼돌리는 ‘먹튀’를 하려고 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검은 두 재단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