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 안팎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근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동시 구속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의 핵심 당사자인 이들 다음의 수사 대상으로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고, 2월 초 직접 조사를 공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작성 지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박 대통령 측은 해당 언론과 특검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선언했다. 박 대통령 측 황성욱 변호사는 전날 "허위보도를 한 기자 및 언론사 관계자, 허위내용의 범죄사실을 넘겨주었다는 특검 관계자"를 대상으로 밝혔다.
황 변호사는 또 "앞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허위보도를 일삼는 특정 세력은 더 이상 여론조작을 그만두고 언론도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해 달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당초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의혹을 직접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박 대통령은 이를 철회했다. '장외 여론전'보다 의혹 보도를 막는 쪽이 급선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박 대통령 '차명폰'이 '대포폰'으로 보도돼 여론이 악화된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등 언론 관리·통제 쪽에 무게가 실렸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 측의 위기의식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불리한 언론 보도를 막고, 특검 수사의 예봉을 꺾어보자는 시도"라며 "'혐의 부인' 의지를 강조하면서 김기춘·조윤선 등 주요 피의자에게도 '공조'를 은밀히 요구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극적 법적 대응을 선택한 이상, 박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도 국회 측의 법리에 강하게 맞설 공산이 크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심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박 대통령의 위법 사항을 대폭 줄이고, 위헌 내용 중심으로 탄핵사유서를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특검의 직접 수사가 예정된 2월 중으로 탄핵심판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수정안이 채택되려면 국회 본회의 의결 등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논리로 심판을 늦춰 '2월의 복합 위기'를 회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은 "국회 절차와 관련해 논쟁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고, 국회 측도 "수정안 제출이 헌법재판이라는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입장이지만, 대통령 측은 대응 논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