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딱딱한 대선 출마 선언의 틀을 깨고 인기 프로그램 '마리텔' 형식으로 출마 행사를 진행한 안 지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밝혀 대중적 호응을 받았다.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학로 소극장 굿시어터에서 열린 대선출마 선언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대전, 광주, 부산 등 각 지역 지지자들과 현장을 연결하기도 했다.
소극장의 객석 규모는 360여석에 불과했지만 약 3500여명이 유투브를 통해 중계를 지켜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진회색 가디건을 입고 편안한 복장으로 실시간 채팅 화면과 객석을 번갈아 보며 소통에 임했다. 화면 한 켠에 올라오는 질문과 댓글을 읽어주는가 하면 네티즌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등 평소 말하지 못했던 속내가 드러나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한 네티즌이 "안 지사가 말이 어눌하다"고 댓글을 달자 그는 "몇 달간 어눌했던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그랬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때릴 수도 없고 '내가 더 잘해, 당신 이거 못해' 하면 뭔가 좀 '디스'(비난)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나라 이끌겠다고 했는데 말이 추상적이었다"면서 "특히 문 후보에 대해 얘기 안하는 것 보나 '쟤 아무래도 차차기인 모양이다, 문재인 쉴드 치러 나온 모양이다' 하니까 얘길 못하겠더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지난 탄핵 국면과 국정농단 게이트 몇달 간은 얘기할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며 "이제 국민들께서 다음 정부를 어떤 사람에게 맡겨서 나갈지를 묻기 시작했다"며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말해 적극적 행보를 예고했다.
2부에서도 그는 "우정과 우애를 잃어선 안된다. 민주주의가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저는 정치 안 한다"며 "민주당 후보로서 정책과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해도 사람간의 우정과 우애를 훼손당하지 않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네거티브에 선을 그은 인 지사는 "'문빠'(문재인 열성지지자)가 너무 세서 경선 하나마나라 하는데 친노 그룹을 너무 띄엄띄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정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띄우고 가라앉히는 민심과 같은 것이 친노 정신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니가 동생이니 다음에 하라 하면 얼마나 빈정 상하겠느냐"며 "문재인 지지자들도 제 경선과 비전에 대해서도 똑같이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현장 참석자들과 네티즌들은 현안에 대해 날선 질문을 이어갔다.
안 지사가 야권 주자들 중 유일하게 사드 배치에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판적 질문이 나왔다.
이에 안 지사는 이 부회장의 기각에 대해선 "단순히 구속 여부를 가지고 사안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판 중심주의로 가서 유무죄로 결론이 나야 한다"고 평소 소신을 밝혔다. 또한 "제가 재벌 개혁의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하신다면 의심은 접어달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제가 박근혜였다면 사드 배치는 그렇게 안했을 것이다. 바보같은 일이었다"면서도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양자 동맹으로 맺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뒤집는 것은 한미간 전략적 동맹의 근본에 관한 것이 된다. 아시아와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온다"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교 후배인 방송인 홍석천이 나와 축하를 건냈고, 중간에 '충남 엑소' 라는 별명 때문에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인기 아이돌 '엑소'의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안 지사는 긴 시간의 즉문즉답을 성황리에 마친 채 정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시대교체, 민주주의 회복을 필두로 한 정식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쌍방향 소통을 한 새로운 시도에 대해 안 지사는 기자들에게 "매우 만족한다. 치기어린 만물박사 정치인으로 보여지면 어떨까 했는데 좋은 대화였고, 스스로도 많이 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