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최종 배후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 위한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 21일 오후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경숙(62)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51)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 4명을 줄소환했다.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날 4명의 소환은 특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비리를 투트랙(two-track)으로 수사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블랙리스트 관련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도 이미 구속된 상태다.
박 대통령을 향한 막바지 작업을 위해 22일에도 오전 10시에 김 전 실장, 오후 2시에 조 장관 등으로 각각 나눠서 소환을 통보했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여기서 뇌물죄 외에 어떤 부분을 수사하기 위한 추가적 검토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특히,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대기업 수사를 맡은 4팀이 아닌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비리와 비선의료를 수사하는 1팀이 맡았다.
1팀은 이날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증거보강 차원에서 차병원 이주호 교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차병원은 청와대 비선진료와 주사제 대리 처방 등 의혹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뇌물죄가 또 다시 기각될 것을 대비해 특검이 다른 혐의로 암중모색(暗中摸索)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 관계자는 "뇌물죄 수사는 이제부터 아주 극비리에 보안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며 "공식브리핑 외에는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를 강도 높게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기를 '늦어도 2월 초'로 계획한 특검팀은 조사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박 대통령 핵심 혐의인 뇌물수수 의혹 조사와 별도로 블랙리스트 운영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도 강도 높게 추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