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에 면죄부 주려는 노동부

노동시간 줄인다더니 뜯어보면 노동시간 연장법… 야당·노동계 "기존 법이나 잘 지키라"

고용노동부가 추진해온 노동4법 가운데 첫 타자로 나선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안'이라는 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0일, 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환경노동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만 받은 채 소득 없이 돌아갔다.

야당 의원들은 이 장관이 들고 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주 68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 행정해석부터 반성하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을 거슬러 이채필 전 장관 시절인 2012년부터 노동부는 "휴일근무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근로자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13년 9월에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2016년부터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최소 7만개, 많게는 1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장밋빛 예측도 곁들였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이 개정안 자체가 노동부의 엉뚱한 해석에서 태어난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법이라고 비판한다. 다름 아닌 개정안의 근거로 제기된 '주 68시간' 노동시간 자체가 애초에 불법이라는 것.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 시간이 주 40시간이고, 여기에 당사자 합의가 있을 경우 12시간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그런데 노동부는 여기에 더해 주말 근무를 따로 계산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유지해왔다.

이 경우 52시간을 일하고도 주말 이틀 동안 8시간씩 16시간을 더 일하는 '월화수목금금금' 형태로 총 68시간을 일해도 법을 위반하지 않게 된다.

노동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1주일이 5일이 아닌 7일로 명시해 휴일근로 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개정안 통과 전까지 68시간 근무를 강요했던 사업장들에게 개정하기 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했다는 면죄부를 안겨주게 된다.

더구나 제도 정착 명목으로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2023년 말까지 휴일에 1주 8시간의 근로시간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결국 1주일 60시간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또 정부·여당 안에는 연장근무 할증률도 기존 200%에서 50% 삭감한 150%로 깎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은 즉각 개정안을 철회하고 억지 해석이 낳은 혼란에 사과부터 하라는 입장이다.

국회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민주 홍영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면 법을 개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인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집행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인지 68시간인지를 놓고 다투는 십여 개의 소송이 대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도 자신들의 주장이 너무나 비상식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판결을 통해 잘못된 행정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도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알면서도 판결 이후 발생할 대규모 소송과 노동시장에 줄 충격을 고려해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며 "국회가 입법을 통해 기존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인정해준다면 정부와 법원은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이라는 주장을 편하게 펼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도 "일자리 문제 해결의 핵심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현행 노동시간을 더 늘리는 입법을 노동시간 단축법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남 대변인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중복되면 가산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라며 "정부는 재벌 민원 들어주기 입법을 중단하고 법을 어긴 해석을 내린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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