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만 바라보는 해외건설 “올해도 수주 못하면 큰일 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SK건설은 지난해 해외 신규 건설 수주를 하지 못했다. SK건설의 지난해 수주 실적은 9억 3천만 달러로 나와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에 따 놓은 공사가 추가되거나(Change Order) 사업 타당성 평가 용역으로, 새롭게 수주한 건설 공사는 없는 셈이다.

SK건설은 2014년에만 해도 67억 달러, 2015년 43억 달러를 수주해 2년 연속 국내 업체 해외 수주 순위 4위의 실적을 낸 회사이다.

이런 회사의 수주 실적이 사실상 ‘0’건 이라는 것은 지난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SK건설만이 아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산업개발 9천 811만 달러, 한라건설 6천 547만 달러, 포스코 ENG 3천 3백만 달러 등의 해외 수주 실적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 건에 10억불 안팎의 해외건설 수주 단위를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신규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한 회사가 수두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 총액은 전년보다 38.9% 감소한 281억 9천 231만 달러로, 지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외건설이 바닥으로 하락한데다 올해는 국내 부동산 시장도 침체돼, 건설업계는 한 마디로 내우외환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이 이란 등 중동이다. 중동 국가들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서 이란 등 중동의 발주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마침 대림산업이 최근 2조 3천억 원 대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사를 수주해 이란 진출의 첫 신호탄을 쏘았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대림산업이 설계, 기자재구매, 시공은 물론 금융조달 업무 까지 맡아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평가이다.

올 1분기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르면 오는 3월에 3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폴리에틸렌 생산시설)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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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실적에도 이란 등 중동 전망이 올해 밝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란 등 중동 정세의 불투명성이 높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의 감산 합의에도 유가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뜻하지 않는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설업계가 아무리 내우외환에 놓여 있다 해도 일부 중동국가들이 요구하는 저가 수주를 받아들이면서까지 사업의 속도를 내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른 중동 정세 불확실성에 더해 우리나라도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해외 수주를 위한 민관 협조체제가 그렇게 강고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요즘 해외 건설의 추세가 되고 있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 사업에 국내 건설사가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담기구를 오는 6월까지 출범시키는 등 정부가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탄핵 및 대선 정국 속에 순발력 있는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해외 수주가 좋지 않았는데, 올해마저 수주를 하지 못하면 정말 큰 일이 난다"며 "회사 별로 비상한 각오를 갖고 해외 수주에 임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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