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는 안 전 수석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검찰이 수첩을 안 전 수석 본인이 아닌 안 전 수석의 보좌관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했고, 검사가 열람만 하고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성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수첩을)열람 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해도 범죄 수사에 실체적 진실을 위해 관련 증거를 발견하면 확보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범죄 입증을 위한 증거로 판단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 수석 측의 집행 장소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안 수석의 수첩을 지참하고 제출한 이상 보좌관을 수첩 소지자로 볼 수 있어서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수첩이 영장 범죄사실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 전 수석의 변호인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면서도 "이 사건 수첩이 (보좌관에 대한)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단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수첩이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안 수석의 혐의사실의 중대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설령 변호인의 주장대로 압수수색 과정에 일부 위법성을 보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도 수첩에 기재된 사실 자체 또는 간접 사실 정황 증거로 제출한다는 취지"라며 "대법 판례에 따라 수첩 내용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정황증거로 증거력을 인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증거로 채택한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재판부의 증거채택 결정 직후 갑자기 일어나 "수첩에 대한 결정에 이의는 아니지만 한 말씀만 드리고 넘어가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수첩에 대해 추호도 내용을 숨기지 않았다"며 "변호인들이 절차상 문제제기를 했을 때 사후적으로 동의하고 이의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제가 처음 검찰에 소환될 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출두한다고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변호인들이 이 사건 역사 앞에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설득해 고심 끝에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은 아울러 "보좌관이 수첩을 보관한다는 것을 알고 제가 가지고 올 것을 주문했다"며 "검찰에서도 흔쾌히 보고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서 돌려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첩에는 상당히 국가기밀 사항이 많이 포함돼 있어 저에겐 부담이 돼 그 점을 검찰에서도 말했었다"며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말을 듣었는데 아직까지 원본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안 전 수석은 "수사 과정에서도 수첩 내용에 대해 원본이 아닌 일부 복사본만 저에게 보여주는데도 진술했다"며 "수첩에 대해서 숨기거나 하는 거 없었다는 점 다시 말씀드린다"고 말을 마쳤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19일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을 적은 업무수첩 내용 일부를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해 박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안 전 수석이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제시돼 피의자 신문조서에 포함된 수첩 내용 일부가 진실 발견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