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 MB에 "줄기세포 국내에서 맞게 해달라"

김장환 목사가 줄기세포 치료 전문업체인 알바이오(옛 알앤엘바이오)를 위해 줄기세포 시술 규제 완화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시술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말한 정황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성체 줄기세포 전문회사 (주)알앤엘바이오(현 알바이오. 모회사 바이오스타)가 김장환 목사를 초청해 새해 시무예배를 드렸는데, 당시 예배 설교자로 나선 김 목사는 시종일관 줄기세포 예찬론을 펼쳤다. 김 목사는 이날 "아내 스티븐슨 여사도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골수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집사람도 골수암 3기에 다 죽었었는데 자기 줄기세포 빼가지고 다시 집어넣어서 살아났어요. 7년 됐어요.”

김장환 목사는 또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함께 청와대 예배를 인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시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 사실도 이야기했다.

“조용기 목사와 저하고 종종 청와대 예배 인도하면 '이명박 대통령께서 조 목사님 신수가 좋습니다 이래요' 그러면 나는 기회를 놓칠세라 '조 목사님 줄기세포 맞아서 신수가 좋습니다' 그러면 영부인이 있다가 '당신도 한번 맞아 봐요' 그런다고요. 그러면 '빨리 국내에서 맞을 수 있도록 식약청에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해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대통령이 못하는 것도 더러 있더라구요.”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했던 2011년에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합법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한창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장환 목사가 '식약처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대통령에게 부탁했던 정황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극동방송 홍보 관계자는 “알앤엘바이오라는 회사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김장환 목사가 현재 미국 출장 중이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알앤엘바이오 계열사에 올라온 김장환 목사와 조용기 목사 설교 영상. CBS가 취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영상은 삭제됐다.

◇ 조용기 원로목사, "알앤엘바이오 불치병 치료하는 하나님의 은사" 칭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도 줄기세포 예찬론에 동참했다.

같은 시점인 2013년 1월 조용기 원로목사도 알앤엘바이오 월례회 설교자로 나섰다. 조 목사는 “'김장환 목사가 나를 알앤엘바이오 전도사'라고 했다”며, “알앤엘바이오가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 하나님의 은사로서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를 뒤흔들 날이 꼭 다가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 목사는 지난해 11월 줄기세포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도 설교자로 나섰다.

김장환, 조용기 두 원로는 지난 2011년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당시 회장이 출간한 저서 <고맙다 줄기세포>에 나란히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한국교회 보수권을 대표하는 두 목회자가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시술을 예찬한 전도사로 나선 셈이다.

지난해 11월 알바이오 모회사 바이오스타 줄기세포 연구개발성과 보고회에서 설교하는 조용기 원로목사.

◇ 식약처, "알바이오 줄기세포 치료제 여전히 국내 허가나지 않아"

그러나 성체 줄기세포 전문회사 알앤엘바이오는 아직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그 어떤 치료제도 허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두 원로목사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허가받지 못한 줄기세포 시술을 부추긴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치료 목적 외 피부미용 목적으로 고가의 줄기세포를 시술 받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은 지난 2011년 1월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제조, 판매한 알앤엘바이오를 적발해 검찰측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또, 자체 조사를 통해 알앤엘바이오가 2007년부터 2010년사이 8천 여 명에게서 1인 당 1천만원에서 3천만원을 받고 지방 줄기세포를 채취· 배양하고, 국내 의료기관에 시술 의뢰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2013년에는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고 정치권에 금품을 살포한 혐의 등으로 회사가 상장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19일 전화인터뷰에서 “알바이오(옛 알앤엘바이오)의 자가지방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는 현재까지도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입증된 의약품으로서 허가 난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바이오 일본 법인에서 진행하는 원정 줄기세포 시술의 경우 일본 후생노동성 주관 하에 의료행위로 규제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박 대통령 줄기세포 시술 의혹 '부인' 불구 최순실 입금 정황 드러나

알앤엘바이오는 지난해 11월 SBS ‘그것이알고싶다’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한 업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커지자 모회사 바이오스타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시술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알앤엘바이오에 최순실(61ㆍ구속)씨가 7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 퇴사자들, "목사님들도 수천만 원 대 줄기세포 시술 많이 받아”..알바이오, "줄기세포는 무조건 불법 편견 안돼"

취재진은 18일 알바이오(알앤엘바이오 바뀐 회사명)에서 퇴사한 A씨를 만나 알바이오 운영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줄기세포 영업사원하시는 분들 가운데는 한 달에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직원도 있다”며, “패키지로 진행할 경우 수 천 만원의 줄기세포 시술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고객 가운데는 대기업 회장님 등 돈 많은 분들이 꽤 있고, 유명 교회 목사님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알바이오 관계자는 “실제 배양을 하지 않고 적절한 공간에서 추출해서 사용하는 것은 지금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며 “'모든 것을 다 싸잡아서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다'고 편견을 갖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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