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당국자가 5·18 관련 문서들을 재단 측에 직접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기존 확보된 자료와 달리 공란이 거의 없이 원문 내용이 그대로 기재돼 미완의 5·18 관련 의혹을 풀어줄 단서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 美 대사관, 5·18 기밀 해제 문서 89건 301쪽 분량 제공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을 둘러본 뒤 대사관 측이 5·18 기념재단을 방문해 지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작성, 본국에 보고한 5·18 관련 문서 89건, 총 301쪽 분량을 차명석 재단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5·18 기념재단은 영문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을 번역하는 등 정밀 분석에 나섰다.
재단이 입수한 문건은 미 대사관 측이 5·18과 관련해 수집한 정보와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작성해 넘긴 문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당시 본국에 보고됐거나 대사관에 자체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사관 측이 문서를 작성한 시기는 지난 1980년 5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로 이들 문서에는 미 대사관 측이 파악한 5·18 관련 희생자 숫자,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 동향, 1980년 5월을 전후로 한 국내 정치 및 사회 동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재단 확보 자료와 대부분 중복
주미 대사관 측이 전달한 5·18 문건 89건 중 88건은 이미 5·18 기념재단이 이미 확보한 자료와 같고 나머지 1건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인한 당시 서울대생인 이신범씨 등의 학생 시위 재판 자료로 5·18과 관련이 없는 문건으로 확인됐다.
오는 20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리퍼트 대사는 이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18일 5·18기념공원을 방문해 재단 관계자로부터 "개인 신분이더라도 귀국 뒤 5·18 기밀문서 공개에 힘써달라는 편지를 받고 본국에 돌아가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5·18 기념재단은 지난 2004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이 미 국립문서관리기록청, NARA에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기밀이 해제돼 소장한 기록 등을 디지털 형태로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재단 측이 소유한 1980년 전후 미 대사관과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주고받은 기록은 17개 폴더에 2401건, 1만262쪽 분량을 확보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미 대사관 측이 제공한 문서 대부분이 기존에 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문서와 중복되지만, 미국 정부 당국자가 최초로 재단에 5·18 관련 기밀문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은 진상규명에 진일보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 기부 자료 공란 없어 기존 자료 비교 분석 시 5·18 진상규명 단서될 듯
특히, 기존에 재단 측이 NARA에서 확보한 5·18 관련 자료에는 공란이나 백지 상태가 많았는 데 이번에 미 대사관이 제공한 자료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 등만 공란으로 돼 있고 대부분 원문 내용이 그대로 기재돼 있어 기존 자료와 비교 분석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5·18 관련 의혹을 풀어줄 단서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5·18 기념재단 김양래 이사는 "37년이 되도록 미완으로 남아 있는 최초 발포 명령자 및 헬기 기관총 난사 등의 퍼즐을 맞추는 데 미 대사관 측이 기증한 5·18 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CAI도 기밀 문서 대거 해제…5·18 관련 자료 포함 여부 확인 나서
이와 함께 재단 측은 19일 미 중앙정보국인 CIA가 공개한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문서에 5·18에 대한 정보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재단 번역 업무를 맡는 관계자를 통해 정밀 확인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미 대사관 측이 전달한 문서와 함께 CIA 공개 문서에 5·18 관련 기밀 문서가 포함됐다면 정보기관이 보유한 문서여서 5·18 진상규명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