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새벽 6시 14분쯤 서울 구치소를 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체어맨 차량을 타고 서초동 삼성사옥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9시 5분쯤 승용차를 타고 특검사무실에 출두한 뒤에는 곧 특검팀이 제공한 승합차를 타고 구속전 피의자심문 즉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했다.
4시간여 계속된 실질심사를 마친뒤에는 특검에서 대기할 것이라던 당초 발표와 달리 서울구치소로 향했는데 역시 특검이 제공한 '승합차'를 이용했다.
특검에 출두할때 까지는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른바 자유의 몸이었지만 출두부터 실질심사를 받을때 서울구치소에서 밤샘 대기하러 가는 동안에는 자신의 차가 아니라 특검팀의 '승합차'를 이용함으로써 신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1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시 승용차인 '체어맨'을 이용함으로써 신분의 변화를 다시한번 각인시켰다.
그런데 전날 특검사무실에 출두한 시간부터 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날때까지 21시간의 사실상 구금에서 풀려난 뒤 이 부회장이 향한 곳은 자택이 아닌 서초사옥이었다.
밤새 사옥에서 대기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삼성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주요 현안을 챙기겠다는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특검 소환조사를 마친뒤에도 바로 귀가하는 대신 서초동 사옥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온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에서 밤새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사장 등 그룹 수뇌부와 잠시 회의를 가진 뒤 자택으로 귀가했다.
구속영장 청구라는 급한 불은 일단 껐지만 특검의 수사는 계속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흔들림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지, 지난번 조사에서는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최지성 미전실장이나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등에 대해 특검이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의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이 재청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영장 재청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불구속 기소될 경우 법원의 재판 과정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생각조차 하기도 싫었을 서울 구치소 대기상태에서 풀려난 뒤에도 이 부회장이 바로 귀가하지 못하고 서초사옥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