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 22승9패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건재했고 김태술 영입은 대박을 터트렸다. 시즌 첫 8경기에서 7승을 수확하며 돌풍을 예고했고 개막 홈 12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하는 등 안방에서 특히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문태영, 임동섭, 김준일, 마이클 크레익 등 탄탄한 포워드 라인이 팀의 버팀목이 됐다. 베테랑 주희정은 사상 첫 1000경기 달성, 1500스틸 달성 등 대기록을 쓰며 풍성한 전반기를 보냈다.
삼성은 시즌 평균 86.5점으로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3점슛 비율(시도 횟수 최하위)이 높지는 않지만 라틀리프와 크레익, 김준일 등을 앞세운 골밑 공략은 가장 강하다. 페인트존 슛 성공률(63.2%)과 슛 성공 횟수(평균 23.1개) 모두 리그 1위다. 수비가 종종 흔들리나 더 막강한 화력으로 수비의 빈틈을 메워왔다.
▲MVP - 리카르도 라틀리프
라틀리프는 평균 23.0점(4위), 12.4리바운드(3위), 1.32블록슛(3위), 야투성공률 67%(1위)를 기록하며 삼성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경기당 35분 정도를 뛰고도 체력 문제를 보이지 않아 팀 공헌도가 굉장히 높았다.
◇안양 KGC인삼공사 - 21승9패
김승기 감독은 평소 "오세근이 건강하면 무서울 게 없다"고 말한다.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이 버티는 골밑은 KGC인삼공사의 자랑거리. 한단계 더 성장한 이정현은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키퍼 사익스는 한때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KGC인삼공사가 지역방어를 쓸 때 믿고 내보낼 정도로 수비 이해력이 많이 좋아졌다.
양희종의 부상 공백기가 있었지만 팀은 문성곤, 한희원, 전성현 등 젊은 포워드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부여하며 버텨왔다. 김승기 감독은 이들이 성장해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평균 득점은 86.1점으로 리그 2위. 실점은 81.6점으로 7위지만 득실점차는 +4.5점으로 리그 1위다.
▲MVP - 이정현
평균 득점은 사이먼(23.6점)이 더 높지만 공격의 중심은 이정현이다. 그의 판단력과 2대2 공격 전개 능력에서 모든 팀 공격이 시작된다. 이정현은 평균 16.3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에 올라있고 데뷔 후 가장 많은 5.6개의 어시스트(4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경기당 2.6개의 3점슛(2위)를 터트리고 있다.
◇고양 오리온 - 21승11패
애런 헤인즈가 또 다쳤고 전반기 막판에는 이승현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2라운드 중반까지 선두를 질주하다 결국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건강한 헤인즈는 명불허전. 그러나 오데리언 바셋은 지난 시즌 팀 우승을 견인한 조 잭슨만큼의 활약과 폭발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김동욱이 공수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을 잘 이끌었다. 문태종, 허일영 등 슈터들은 건재했다. 또 최진수, 장재석 등 빅맨들은 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제 몫을 하며 이름값을 했다. 둘의 활약은 정통 외국인 빅맨이 없어도 승리를 놓고 다툴 경쟁력을 팀에 부여했다. 팀 3점슛 성공률은 38.0%로 리그 1위. 강점은 그대로 이어갔다.
▲MVP - 김동욱
헤인즈는 부상으로 전반기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동욱은 30경기 이상, 평균 30분 이상 뛰면서 꾸준히 팀에 공헌했다. 평균 10.3점을 올렸고 4.3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43.8%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추일승 감독은 "벤치의 지시를 바로 알아듣는 선수"라며 김동욱의 존재를 높게 평가했다.
◇원주 동부 - 18승13패
정규리그 2라운드 중반부터 꾸준히 4위 자리를 지켜왔다. 시즌 초반 두경민의 발목 부상 악재가 있었지만 베테랑 김주성과 건강을 회복한 윤호영, 로드 벤슨, 웬델 맥키네스를 중심으로 안정된 공수 경쟁력을 유지했다. 44%의 3점슛 성공률을 올린 김주성의 외곽슛 퍼레이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리텔'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허웅이 백코트의 중심을 지킨 가운데 베테랑 박지현이 무게중심을 잡아줬고 전반기 막판 5경기에서 평균 8.6점, 2.0어시스트를 올린 김현호의 도약도 동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실점은 최소 2위(평균 76.9점), '동부산성'의 이미지답게 리바운드 마진은 +7.8개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MVP - 웬델 맥키네스
대체 선수로 합류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팀의 주축으로 인정받은 맥키네스는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당 28분을 뛰고도 평균 19.6점, 7.6리바운드, 2.3어시스트, 야투성공률 49.1%를 올리며 팀의 주득점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인천 전자랜드 - 17승15패
"챔피언결정전에 가겠다"는 유도훈 감독의 자신감이 성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했다. 전반까지는 상대를 압도하다가 후반에 쫓기거나 역전당한 경우가 많아 팬들에게 유독 재밌는 농구를 보여준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속공의 달인' 박찬희와 제임스 켈리의 가세는 초반 센세이션의 원동력이 됐다. 켈리의 부상으로 팀이 잠시 흔들렸지만 대체선수 아이반 아스카의 활약으로 제 자리를 찾았다. 정영삼과 정병국이 외곽에서 꾸준히 활약한 가운데 신인 3순위 강상재의 경기력이 점점 더 나아지면서 팀의 희망도 커지고 있다.
▲MVP - 박찬희
켈리가 22경기 출전에 그친 가운데 박찬희는 전경기에 출전하며 리그 어시스트 1위(6.7개)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득점력(평균 7.1점, 야투율 36.3%)은 다소 떨어지나 경기 운영과 속공 전개, 리그 최정상급 대인방어 등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 높은 팀 공헌도를 보였다.
◇울산 모비스 - 15승16패
양동근이 개막전에서 다쳤고 네이트 밀러도 부상을 당했으며 이종현은 아예 개점휴업. 찰스 로드는 전반기 막판 맹활약을 펼쳤지만 이전까지 기복을 보였다.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대체 선수로 뛴 기간 7승4패를 올리며 숨통이 트였다. 유재학 감독은 새삼 1승의 소중함을 배웠다. "정상적인 멤버 구성이 안돼 끌고가기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함지훈은 명불허전. 한단계 더 성장한 전준범과 서울 SK전 위닝슛의 주인공 박구영 등 벤치 멤버들도 꾸준히 팀에 공헌했다. 송창용이 떠나고 김효범이 가세해 전반기 막판 외곽에 힘을 실어줬다. 양동근의 부상 복귀 후에는 3승2패를 거뒀다. 전반기 내내 팀 수비는 탄탄했다. 특히 3점슛 허용률이 29.1%밖에 되지 않았다.
▲MVP - 찰스 로드
로드는 평균 23.6점(2위), 11.3리바운드(5위), 1.90블록슛(공동 1위)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어왔다. 특히 양동근이 빠진 시기 로드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면 팀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종종 외곽슛 던지기에 몰입하고 수비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로드는 로드다.
◇창원 LG - 13승18패
김종규의 부상, 외국인선수의 부상과 교체 등 초반 악재가 적잖았다. 그래도 첫 8경기에서 4승4패를 올렸지만 이후 5할 승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막판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다소 떨어져 접전을 펼치다가 무너진 경기가 많았다.
제임스 메이스가 자리를 잡고 김종규가 건강을 회복하면서 골밑에 안정감이 생겼다. 베테랑 김영환도 외곽슛과 어시스트(평균 3.1개, 팀내 1위) 능력을 유감없이 팀에 공헌했다. 마이클 이페브라를 마리오 리틀로 대체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MVP - 제임스 메이스
개막전이 끝나고 레이션 테리를 메이스로 바꾼 결정은 LG에게 큰 힘이 됐다. 메이스는 평균 22.9점(6위), 11.7리바운드(4위)를 기록하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상대에게 분석이 많이 됐는지 4라운드 들어 득점 기록이 17.5점으로 낮아졌다. LG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주 KCC - 11승21패
하승진과 전태풍, 안드레 에밋이 부상 때문에 차례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들을 모두 잃은 상태로 전반기를 치렀다. 비시즌 준비한 공격 패턴과 약속된 수비를 모두 바꿔야 했다. 프로 2년차 사령탑 추승균 감독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련이었다.
팬들은 높은 순위 대신 밝은 미래를 보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송교창, 김지후 등 KCC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들이 마음껏 코트를 휘젓는 계기가 됐다. KCC 관계자들은 김태술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현민에 대해 "그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며 칭찬 일색이다. 외국선수들의 경쟁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중반 이후 에릭 와이즈의 분전은 반가웠다.
▲MVP - 송교창 & 김지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로에 직행해 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송교창은 올시즌 평균 12.0점, 5.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가장 유력한 기량발전상 수상 후보다. 에밋이 있었다면 '스팟업' 슈터 역할에 만족했을 김지후는 공격에서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으며 평균 10.4점을 기록했다. 김지후의 성장이 팀 공격 전반에 끼친 영향력이 적잖았다.
◇서울 SK - 10승21패
12월 중순부터 진행된 12경기에서 2승10패에 그치며 순위가 9위까지 추락했다. 김선형, 김민수, 변기훈, 최준용 등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큰 점수차로 앞서다가 역전패 당한 경기가 종종 나왔다. 전력이 불안했고 뒷심도 약했다.
코트니 심스의 영입 효과가 미미했고 야심차게 영입한 테리코 화이트는 부상과 부진으로 뚜렷한 팀 공헌도를 남기지 못했다. 최준용도 한동안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따져보면 KCC와 부산 kt 못지 않게 부상으로 신음했던 전반기다.
▲MVP - 김선형
평균 15.1점과 6.7어시스트는 모두 데뷔 후 가장 높은 기록.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박찬희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개인 기록은 뛰어나지만 전반기 내내 표정은 어두웠다. 팀의 포인트가드로서 SK의 4쿼터 경기력이 보다 안정됐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 kt - 8승23패
kt의 전반기는 프로농구 관계자들이 걱정할 정도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외국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영입한 크리스 다니엘스는 부상 때문에 코트를 밟아보지도 못했고 조성민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나머지 외국선수 한 자리도 선수 대체가 반복됐다. 가뜩이나 높이가 약한 상황에서 박상오, 김현민 등도 잔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다니엘스의 대체 선수 리온 윌리엄스는 kt의 구세주였다. 3라운드 중반부터 가드 이재도가 살아나면서 내외곽의 균형이 맞춰졌다. 베테랑 박상오도 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반기 막판 홈 3연승을 달렸고 조성민도 부상 복귀가 임박해 후반기에는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있다.
▲MVP - 리온 윌리엄스
시즌 1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그래도 리온 윌리엄스가 전반기 팀에서 가장 가치있는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kt는 윌리엄스와 함께 6승9패를 올렸다. 합류 전 성적은 2승14패였다. 윌리엄스는 평균 20.7점, 12.5리바운드를 올리며 kt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골밑 경쟁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