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새벽 기각되면서 밤새 마음을 조렸던 서초동 삼성사옥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단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했지만 향후 특검수사가 이어지고 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는 전날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끝난 뒤에도 서초동 그룹 사옥에 남아 법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또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 임직원들 일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영장실질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구치소 앞에서 밤새 대기했다.
삼성은 특검수사와 구속영장 실질과정에서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청탁이 없었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특검 수사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은 이번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경영공백은 피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진행될 특검의 칼날과 향후 계속될 재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안게 됐다.
또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는 했지만 뇌물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총수가 수사를 받음에 따라 추락하게 된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삼성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고강도 쇄신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혔던 것처럼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작업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일단 구속수사를 피했다는 것 뿐 의혹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 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