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달'은 '다이빙벨', '업사이드 다운', '나쁜 나라' 등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배급해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사태로 대표되는 정부 측의 검열로 인해 영화계 분위기가 흉흉한 시점이었다. '시네마달'은 난항이 예상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배급에 앞장섰던 유일한 배급사였다. 이밖에도 4대강 문제,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파업 등 사회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가감없이 세상에 내놓았다.
이송희일 감독은 지난 12일 영화 전문지 '씨네 21'에 '지난 연말'이라는 글 한 편을 기고했다. 당시 그는 '시네마달'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배급사가 곧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차기작들을 배급할 여력이 없고, 더 이상 손 벌릴 곳도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다이빙벨' 영화를 배급한 '시네마달'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이후 '시네마달'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공모한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에서 떨어지게 된다.
부산영화제가 청와대에 밉보여 예산이 삭감된 것을 보면, 작은 배급사 '시네마달'이 지원 심사에서 번번이 낙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체급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 싸움이지만 결국 정부 차원의 '시네마달' 죽이기는 성공한 셈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털어봤자 먼지 밖에 없는 이 영세 배급사는 지난 몇년 간 영진위 지원이 모두 끊긴 채 고사돼 끝내 단말마에 당도했던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상상을 초월하는 그 유치찬란함 덕에 독립영화계는 불신과 상처만 남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영진위에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는 오래 전부터 세월호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부의 외압을 주장해 왔다. 그 증거가 수사로 명명백백 밝혀지고 있는 지금, 김 대표가 했던 말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2주기 인터뷰에서 "세월호 관련 영화 제작이나 배급을 하는 경우 정부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이 깎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우리 배급사 이름이 들어가면 안될 것 같아서 아예 지원작 영상에서 '시네마달' 이름을 빼왔다"고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나의 살던 고향은' 이후 김 대표와 오랜만에 통화를 나눴다.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치는 기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는 "정리를 하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다. 주변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자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게 좋은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