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내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는 두 주자의 경쟁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멀치감치 앞서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선 전초전을 다자구도로 만들면서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박근혜 구속하라" VS "표 의식하면 민주주의 위협"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지지율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이 시장은 한국리서치가 18일 공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9.5%로 소폭 주춤했지만, 문 전 대표(31.4%)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0.0%)에 이어 여전히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사이다'. 현 정부의 실권과 국정농단에 실망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설 때 정치인으로는 가장 먼저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前) 대통령 구속하라" 등 다소 거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공정국가 건설을 위해 재벌 해체에 목숨을 걸겠다", "일본은 범죄자 박근혜와의 효력없는 위안부 졸속 합의를 포기하라"는 등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대중 정치인의 면모도 연일 과시중이다.
이 시장이 쏘는 말대포의 사정권에는 박 대통령이나 범여권 인사들만 있는게 아니다. 야당 소속 대선주자들도 이 시장의 비판대에 자주 올려지곤 한다.
문 전 대표의 사드배치 입장 선회 논란과 관련해 "쉬운 것 할 거면 뭐하러 대통령을 뽑아서 월급 주고 경호하나"라거나, 반 전 총장 대선 행보에 "잘 안 될 것이고, 잘 안 되면 자기가 살기 편한 외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보혁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던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전임 정부와 전통적 한일 군사동맹 정신에서 합의한 것을 존중하는 게 다음 정부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자세"라며 사드 배치 반대에 신중론을 편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군소 주자들이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청산을 외칠 때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안 지사는 최근 불거진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 논란 때도 지도부의 빠른 판단만 요구했을 뿐 문 전 대표측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호헌제는 수구파의 논리"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한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을 향해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기 바란다"며 은퇴를 촉구해 '페이스메이커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에 날을 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 지사는 '군복무 1년 단축'을 주장한 문 전 대표를 향해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심을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차기 지도자론·우산론 놓고 곳곳에서 신경전
두 사람이 최근 맞부딪친 건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두고서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청와대를 나서는 순간 수갑을 채워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지난 17일 "대통령으로서 어느 누구를 구속시키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일까"라며 이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이 시장이 "나는 현재 대통령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누구를 구속하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받아치는 상황에까지 와 있다.
앞서 두 사람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당내 주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우산론'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이 시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다 합쳐서 팀을 이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안희정 지사의 우산 안에도 가보고 김부겸 의원 우산도 들어가보고, 결국은 다 합쳐서 하나의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이재명 시장님-유감입니다'라는 제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서는 흥행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리서치가 여야를 통틀어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4.9%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12.4%는 안 지사를 꼽은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경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두 사람의 주고 받기식 핑퐁게임은 좀 더 지열해지고 감정 싸움 양상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독주로 속에 1위 후보만 공격하다 재미없이 끝날 수 있는 경선이 예상 외의 흥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