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바라지 골목 감사 편지…이러려고 시장했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바라지골목 마지막 주민 최은아·이길자 씨가 보낸 감사편지'에 감동했다.

이들은 개발을 반대하며 마지막까지 남았던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총무 최은아씨와 구본장여관 주인 이길자 씨로 "시장님, 저희 때문에 힘드셨죠? 참 고마웠습니다"라며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옥바라지골목을 떠나 새로운 동네에 정착한 지도 3개월이 지났고 얼마 전 개업도 했다며 근황을 전하면서 "따뜻하게 먼저 손잡아 주셨던 것 그리고 우리 얘기 잘 들어 주셨던 것, 참 고마웠습니다.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는 것 저희가 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시장님이 보여주신 진실한 마음과 의리를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편지를 읽은 박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장으로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이러려고 시장됐습니다"며 훈훈한 감동의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것이 뉴스가 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겠다. 더욱 더 시민 눈높이에서 듣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옥바라지골목은 인근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독립운동가나 민주화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옥바라지하던 여관 밀집지역이라며 개발을 반대하면서 철거용역과 대치가 이어졌고 이런 와중에 박 시장이 지난해 5월 17일 강제집행 현장을 깜짝 방문해 강제철거를 중단시켰다.

이후 지난해 8월 주민과 조합측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서울시는 옥바라지 역사 기념공간과 역사탐방로 조성을 발표하고, 강제철거를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다음은 최은아, 이길자 씨가 박 시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
박원순 시장님께.

시장님 안녕하셨어요.
옥바라지골목 주민 최은아입니다.

정들었던 옥바라지골목을 떠나 새로운 동네에 정착한 지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시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저는 이사를 하여 잘 지내고 있고, 또 한 명의 옥바라지골목 마지막 주민이었던 이길자님은 얼마 전 개업을 하고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저희가 만나면 시장님 얘기를 꼭 합니다.
그 중 첫번째는 우리가 일 보러 가시던 시장님께 갑자기 나타나서 "시장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하니까 가던 길 멈추고 따뜻하게 먼저 손잡아 주셨던 것 그리고 우리 얘기 잘 들어 주셨던 것이에요. 참 고마웠습니다.

두번째는 구본장 강제집행 때 옥바라지골목에 오셨던 것 그리고 그 때 속상한 저희의 마음을 위로해 주셨던 것이에요. 그 후 시장님이 옥바라지골목으로 인해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는 것, 그리고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는 것 저희가 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세번째는 사과를 잘 하는 시장님이라는 것이에요.
면담 때 시장님께서 저희에게 사과의 말씀 먼저 하셨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용기가 있는 분이기 때문에 사과를 잘 하신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시장님이 보여주신 진실한 마음과 의리를 잊지 않겠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시장님, 그리고 옥바라지골목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저희는 정말 옥바라지골목에 계속 살고 싶었어요. 그 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옥바라지골목을 지켰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옥바라지골목 주민 이길자, 최은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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