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풍(潘風), 안풍(安風)보다 약한 세 가지 이유

지지율 정체‧정치철학 빈곤‧새 인물 부재…3개 악재에 '발목' 잡히나

(사진=이한형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이후 행보가 일주일째를 맞이하면서 정치권에선 그의 정치적 '근수(斤數)'를 달아보는 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권 바깥에서 왔기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과거 사례가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도 5년 전 대선을 앞두고 혜성 같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데뷔의 파장은 안 전 대표가 불러일으켰던 바람에 비해 파괴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폭발적이지 않은 지지율 추이, 철학의 모호성, 참신한 측근 인물의 부재 등이 미풍이 체감되는 이유로 거론된다.

◇ 潘, 지지율 20%25 안팎 박스권에 고착되나

(사진=박종민 기자)
현재 시점은 1월이지만 정치시계는 이미 8~9월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4~5월쯤 조기대선이 치러질 공산이 커지면서 앞당겨진 셈이다.

과거 안 전 대표와 최근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를 비교하면 바람의 세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2012년 8월 27~28일 조사해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48.5%를 기록, 44.5%의 박 대통령을 오차범위 안에서 우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다자대결 구도에서도 30.4%를 기록했다. 42.3%를 기록한 박 대통령에 뒤진 2위였지만, 22.7%를 받은 문 전 대표를 따돌렸다. 당시 '안철수 바람'의 기록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컨벤션 효과는 예상보다 저조한 상태다. <한국일보>가 18일 보도한 조사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여야 대선주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가상 다자구도에서 20.0%를 기록, 31.4%를 받은 문 전 대표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뒤졌다.

문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과 안 전 대표를 포함시킨 3자 대결에서 모두 경쟁력의 한계를 보였다. 양자 대결에서 33.2%로 54.1%의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밀렸다. 3자 구도에서도 29.4%에 그쳐 47.0%의 문 전 대표에게 뒤졌다. 안 전 대표는 12.1%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조사는 지난 15~16일 실시됐다. 반 전 총장 귀국일인 지난 12일까지 3일 동안 실시됐던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와 반 전 총장이 각각 31%, 2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된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다.


◇ "돈이 없어 입당"…철학보다 이해관계 우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귀국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와 팽목항 등을 방문하는 등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광폭행보가 지지세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안 전 대표가 자신만의 브랜드인 '새정치'를 들고 나와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의 갈증을 공략했던 것에 비하면 반 전 총장으로선 자신이 주도할만한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선언한 것도 실체가 내각제 개헌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 입당과 돈 문제를 결부시킨 점은 '철학의 빈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당은 현금인출기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여권 관계자도 "선거자금 얘기를 꺼내면서 '통합' 행보도 결국 '표심'을 노린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명백한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 MB 측근 포진한 캠프, '제3지대' 확장의 걸림돌

리더십의 잣대가 되는 인재등용에서도 실패의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 전 대표의 경우 현재 국민의당 의원이 된 당시 금태섭 변호사를 기용해 검찰 개혁의 의지를 대선 캠프 단계에서 피력했다.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정책통 김성식 의원을 데려온 점은 개혁 보수로의 외연 확장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의 캠프는 전직 외교관료 출신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양분되는 두 부류의 인재 풀이 중심이다.

야권까지 제3지대로 모이게 하겠다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선 MB측 인사들이 장악한 인적 구성은 외연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두 집단 간 주도권 다툼 등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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