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문법에 맞춘 16부작이라는 틀이 점차 깨지고 있다. 포맷과 분량이 보다 다채로운 케이블과 종편뿐 아니라, 단막극 시즌제나 10부작 드라마 등으로 '맛보기'를 한 지상파 역시 '짧은 드라마'를 꾸준히 내보내는 상황이다.
◇ 장편 부담 덜고, 단막극 제약 극복
MBC '세가지색 판타지-생동성 연애'의 박상훈 PD는 "이런 3부작 형태는 처음 해 보는 것 같은데, 소재나 호흡 면에서 기존 단막극이 갖고 있는 제약을 많이 극복할 수 있다. 장편영화보다 조금 긴 분량이다 보니, 미니시리즈 이상의 긴 호흡 드라마보다 시청자들이 갖는 부담이 적어진 장점이 있어서 계속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장르, 포맷에서도 신선한 실험은 현재진행형
'짧은 드라마'는 단순히 길이의 컴팩트함만으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장르 면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MBC '세가지색 판타지'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판타지'를 강조함으로써, 비현실적인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도 수용할 수 있게 판을 짰다. 방화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KBS2 '맨몸의 소방관'은 무거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러브라인을 포기하지 않는 '로맨틱 스릴러'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변신을 꾀한 경우도 있다.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는 긴 역사를 입체적으로 접근한 KBS1 '한국사기'는,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특성을 모두 살린 '팩추얼 드라마'로 거듭났다.
◇ 달라진 시청자들 잡기 위해 '웹' 속으로
MBC '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 권성창 PD는 "저희 드라마가 네이버와 콜라보로 진행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가 많이 바뀌면서 단순히 TV로만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달라진 시청 형태에 따른 포맷을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전작 '퐁당퐁당 러브'를 웹에 먼저 공개한 후, 결말을 TV에서 방송한 경험이 있는 MBC '세가지색 판타지-우주의 별이' 김지현 PD는 "단막극은 방송시간대도 너무 늦고 한 번 방송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이 많이 못 봤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그런데 '퐁당퐁당 러브'는 웹과 연계해 약 2주 간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었다. 모모(MObile More) 세대라고 불리는 분들이 스낵컬처러럼 소비해 준 덕에, 단막극이 더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비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TV 방송날짜뿐 아니라 웹으로 하루하루 만나게 되면 그 기간 자체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축제처럼 그 드라마를 소비하는 기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