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뇌경색 할머니 찾아와 가족 통해 지급하기도…만행"
올해로 백수를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말이다.
일본 정부가 준 돈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1억 원의 위로금을 병상에 누워 거동조차 불편한 할머니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급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판이 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은 18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모임은 "치매 등의 질환을 앓으며 병상에 누워있는 김 할머니 모르게 화해·치유재단이 조카에게 1억 원의 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을 최근에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재단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에 이어 7월 김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병실을 찾아 1억 원 지급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자리에는 조카도 함께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12월에 걸쳐 1억 원이 조카의 통장으로 입금됐지만 김 할머니 곁을 지킨 시민모임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시민모임은 "합의서를 보지도 못했고 할머니도 동의를 했다는 날인도 찍지 않아 무효"라고 밝혔다.
평소 김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물론 재단의 기금 수령도 반대해왔다.
송도자 시민모임 대표는 "조카는 돈을 받은 사실을 김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았고 병실에 찾아와 입금된 통장을 베개 속에 넣어뒀다"며 "김 할머니는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민모임은 김 할머니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단이 무리하게 접근해 위로금 지급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나눈 대화를 보면, 김 할머니는 위로금 통장을 본 적도 없고, 돈을 받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조카가 돈을 받았다는 것을) 얘기도 안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 합의를 봤으면 봤다고 하던지, 말로 해야 될 거 아이가"라고 흐느꼈다.
그리고 송 대표가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자 김 할머니는 "우짜긴, 다 돌려줘야지"라며 "내 피 돈이다"라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송 대표는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재단 관계자들이 돌아간 그날 밤에 할머니가 정신적으로 착란 증세를 일어나서 밤새도록 그러다가 새벽에 의식을 잃으셨다"며 "파렴치한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창원의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경희 대표(일본군 위안부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는 "뇌경색으로 의사 소통이 힘든데도 재단 관계자들이 찾아와 '일본에서 사죄를 한다며 돈을 보내왔는데 받으려면 눈을 깜박하세요. 고개를 끄덕여 보세요'라고 했다"며 "한 사람은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으려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가족들을 상대로 얘기해 위로금이 결국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할머니 곁에서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활동해 온 지원단체와 유일한 피붙이인 가족과의 갈등을 만들어 놨다"며 "정부가 어떻게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가 있는 지, 일본 정부의 대리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할머니의 뜻대로 이 돈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며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수용 의사를 물어 그 결정에 따랐다"며 "회유와 종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