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택배' 노인들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활동

경찰 수사망 피해 대포통장·체크카드 운반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통장과 체크카드를 전문적으로 운반한 60~70대 노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하철로 물건을 배달하는 '실버퀵' 배달원인 이들은 대포통장 등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제안에 혹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대포통장과 체크카드 등을 배달한 박모(67) 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함께 대포통장 등을 전달한 임모(74) 씨와 대포통장 판매자 3명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실버퀵 배달원 박씨는 지난해 11월 말쯤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모집책으로부터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택배로 배송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모은 대포통장과 현금카드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전달 지시를 받은 박씨는 택배를 받자마자 개봉한 뒤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만을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행여나 있을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는 같은 실버퀵 배달원 임씨에게 전달된 뒤 다시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넘겨졌다.

박씨와 임씨는 최근까지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수십 차례에 걸쳐 전달해주고 그 대가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건 당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실버퀵 배달원이 경찰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의심을 덜 받는다는 점을 노려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박 씨 등을 포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일반 지하철 택배를 배달했을 때 건당 6000원에서 8000원의 보수를 받는 것에 비해 최고 5만 원을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안에 혹해 대포통장 전달책의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일을 하는 실버퀵 배달원 중 일부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 전달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들을 검거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일을 하는 실버퀵 배달원은 약 1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박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는 한편 대포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겨받은 인출책과 전달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고 있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장병섭 팀장은 "과거와 달리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 등의 전달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며 "신종 수법에 따른 피해 예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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